모 처럼의 산행
주소복사

휴일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듯이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 뒤척이다 아홉시쯤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와 차 한잔으로 시작한다
리모컨과 함께
좋아하는 프로그램 두루 섭렵하다보면 시간은 훌쩍 오후 나절에 닿고
졸음은 어김없이 찾아와 휴일 오후를 잠에 빠져들게 만든다
깨어나면 늦은 저녁시간
이게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의 휴일 보내기다
석탄일과 어버이날과 겹친 공휴일
조금 손해보는 느낌이지만 주중 휴일이라 그저 좋을 따름
내가 장자인지라 어머님과 함께 사니 따로 어머님 뵈러 나갈 일 없고
장인 장모님 이승에 아니 계시니 얼마나 좋은가
더더구나 불심 없어 연등 달지 않아도 되니
금상첨화의 공휴일이 아닌가 싶다
다름없는 휴일의 시간 보내다
점심 겸 간식으로 배달시킨 피자
마루바닥에 신문지 깔고 아들녀석과 둘만이 한 조각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무료함이 슬슬 피어올라
마당가를 서서이다 갑자기 낮은 산행을 떠올리고 대문 나선다
앞 동네 산 팔룡산(반룡산)을 기어오른다
나무와 풀들의 향기 맡으면서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깝다 산 높이가 낮기에
봄비가 잦은 터라 풀들이 곧 쓰러질 듯 웃자라 보였다
봄꽃들에게서 눈의 피로를 씻어내고
새들의 작은 지저귐과 골짜기의 물소리에 청량함을 얻는다
그저 묵상하며 걷고 싶은데
뒤따르는 쫑알거림과 말없는 대꾸가 있다
『골짜기 물이 많이 흐른다 그지』
- 이런 어제까지 그렇게도 많은 비가 왔는데 물 흐르는게 당연하지
『어 머 꽃이 많이 피었네 저건 무슨 꽃이지? 이건 무슨 꽃이지』
- 내가 무슨 만물박사라도 되나 그걸 다 알게
『이 산이 저 산보다 훨씬 종(種)이 다양하네』
- 언제 그 분포도까지 조사했었나?
『이 제비꽃은 좀 다른 것 같다 키도 작고 꽃 색깔도 그렇고...』
- 지가 무슨 식물학자라도 되나
『가을엔 도토리 따러와야겠네』
- 다람쥐 굶겨 죽일 작정하는구나
이름 모를 풀과 꽃 만나거들랑 애써 이름 알려하지 말며
모르는 것에 부끄러워 마라
있는 듯이 또 없는 듯 함이 그들이니까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아 주는 것만으로 족 하느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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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지도 길지도 않는 산길 절반쯤
작은 골짜기 물 떨어지는 곳에 멈추어 어릴 적 생각으로
잎 넓은 억새풀로 팔랑개비 접고 마른 풀줄기를 끼워 풍차 만들어
제법 빠르게 돌아가는 풍차를 빤히 바라보았다 먼 기억 되살아나도록
쫑알거림은 이어졌고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다 산행의 즐거움으로....
올랐던 길 반대편으로 내려 닿아
어렵사리 택시 얻어 타고 되돌아온다
산행 다녀오는 모습 본 택시기사의 한 말씀
『오늘 십만원 짜리 보약 잡수셨습니다』
- 그런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 23. . 해거름에 ========================
쫑알거렸던 사람은 아내였답니다
팔룡(八龍)산은 반룡(盤龍)산이라 하기도 하며 앞으론 마산의 봉암동이요
뒤론 창원의 반계동이며 산속엔 예전에 마산시에서 식수원으로 사용하던 수원지가 존치 되어있고 한 때는 해병대의 유격훈련장으로도 유명했어요
전해오기를 일곱 마리의 용이 승천하였다하여 팔룡산으로 부른답니다 그 높이는 자그마치 32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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