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새해 첫 주말이면
copy url주소복사
새해 첫 주말이면

새해 첫 주말이면 그리운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다
그러기로 십 수년 전부터 약속해 왔었지
아홉 마을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
같은 학교를 다닌 또래들
올망졸망한 일흔 다섯명의 친구들
초등학교 동창생들

대부분은 이곳을 중심으로 하여 인근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멀리 떨어져있는 친구래야 열 서너명 정도
해마다 절반을 훨씬 넘게 모였는데
올핸 절반에 한참 미치지 못하였으니
시절이 어려워 삶이 고단들 하는건지....

올해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 한해인지라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다
오십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적 의미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적기에
그러나 그 누구도 오십이라는 숫자에 아무도 익숙해져 있지 않았음이요
받아들이지 어려운 듯 해 보였다
싫어도 거부하고 싶어도 들어야하고 맞이해야 한다
오십이란 수를................

옛 기분으로 되돌아가
한해동안 저마다 겪은 갖가지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지난해 초봄 운명을 달리한 친구얘기
직장에서 해고된 사연
풍수해로 망친 농사일
수능시험 치른 아이들 진학걱정
삶에 쪼들린 돈 걱정
죽어 가는 뇌 세포에서 비롯된 건강얘기는 의약사 보다 한 수준 높게
팔불출 같이 남편. 아내. 자식자랑도 빼 놓지 않았고
자리 함께하지 못한 녀석들에겐 험담 거침없이 보냈다
지난 대선은 전문가적 기질로 평론하고 나랏님에겐 삿대질도 해 가면서
사이사이엔 걸죽한 육담까지 곁들여갔다

우리들에겐 아무 격식도 필요치 않았기에
한해를 책임질 이른바 우두머리는 아무렇게 만들고
그저 흥겹기만을 위했다
하룻밤 지세울 비용은 형편 따라 호주머니 털어 낸다
얌체는 얌체대로 기분파는 기분파답게 대충 없다
우린 그런 것에 익숙하고 또 좋아들 했다
계집아이들의 쫑알거림은 그런 냥 치부하고

거나해진 술기운은 사람의 담을 키운다 했지
저마다 호기를 부려가며
다하지 못할 공약(?)들을 남발해도
아무도 나무람 없이 부추긴다

밤이 깊어갈수록 자리는 하나둘씩 비워졌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세 번째 자리를 파하자 예닐곱만 남았다
멀리서 온 친구들이라
작은 방 하나 어렵사리 얻어 빙 둘러앉는다 술 몇병 사이에 두고
무슨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새벽녘에서야
충혈된 눈 부비며 이리저리 몸 눕혀 진한우정을 잠재웠다
============================23.1.
0개의 댓글
책갈피 책갈피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