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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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사춘기의 물이 올라 부모님께 반항할때였다...집도 싫고 학교도 싫고 오직 친구들과 노는것만 좋아했던 때...
드디어는 곪아 썩어가던 종기가 터지듯 내게도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내가 가출을 한 것이다. 갈곳도 오라는 곳도 없었는데 돈 한푼없이 집을 나왔다. 오래 가지 못할거란걸 알면서도 난 무작정 친구들과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다음날이 수학여행가는 날이어서 더 잘됐다 싶었다. 학교도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하지만 난 새벽즈음 엄마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새벽안개에 온 머리를 적시며 날 찾아 돌아다니신 엄마. 그래도 난 짜증을 내며 엄마의 모습을 창피해했다. 집에 붙들려와 난 태평히 잠을 잤다. 아무것도 내겐 무서울 것이 없었다. 겁없는 1대 타이틀만 믿고 까불어댔다.
아침에 엄마는 날 깨워 도시락을 내밀었다. 수학여행가는 것을 기억한 엄마는 새벽에 잠도 자지않고 날 먹일 김밥을 만든 것이었다. 울컥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마음같은 말이 나가진 않았다.
"누가 김밥 먹는댔어? 참견이나 하지마.."
엄마의 손을 밀쳐내고 젖은 엄마의 눈을 피하며 학교로 가버렸다. 엄만 그때 분명 많이 우셨을텐데...
긴 교복치마를 접어올리고 관광버스로 올랐을 때였다. 교복윗옷 주머니에 손을 넣자 돈 3만원이 나왔다. 그리고 달력으로 만든 딱지모양 쪽지가 함께 있었다. 맨 뒷자석에 앉은 나는 조심스레 누가 볼까 쪽지를 펴보았다. 맞춤법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를 글들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내가 알아들을수 있는 말은 오직 엄마가 쓴것이라는 것과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새벽안개에 젖어 떡이진 엄마의 머리와 내가 밀쳐내던 까칠한 엄마의 손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저지른 만행이 떠올라 견딜수 없이 괴로웠다. 그래서 엄마보다 더 많이 울었다. 그동안 엄마가 흘린 눈물을 내가 고스란히 또 흘리고 있었다.
지금은 어린 나이에 시집을 보낸 딸에게 엄마는 쪽지대신 내가 사준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리신다. 슬프면 ㅠㅠ 기쁘면 앗싸...난 아직도 그 쪽지를 가지고 있다. 내 아이가 태어나 사춘기가 되면 이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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