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평만 더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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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전에 아내가 난장에서 사다 심은 백합 한 포기가
지난해 꽃피우고 씨뿌리더니
올핸 온 마당가에 백합이 싹터 올랐다
잔디 깎으면서 솎아내고 지나다니다 밟혀 없어지고
달팽이 먹이 되고 이래저래 정리되더니 열 대여섯 포기 정도 살아남았다
처마에 가리고 키 큰 나무에 가려 햇살 적게 받은지라
웃자라고 말았다 서너 포기를 제외하면은
삐쭉하니 영락없이 주인 닮아버렸지
집 나설 적마다 걱정한다
저게 자라긴 자라는데 꽃망울은 맺을지?
꽃망울 맺으면 꽃은 제대로 피어날지?
꽃피어나면 며칠이나 가며
향기는 맡을 수 있을지?
마당이 두어 평만 더 있었어도 이러진 않을텐데....
이런저런 걱정으로 두어 달 지켜보니
작은 바람에도 넘어질 듯 하면서도 저마다 꽃망울은 맺었다
꽃망울 점차 부풀어오르자 힘에 겨운지 몇 녀석은 쓰러지고 말았다
노끈으로 꽃대 묶어 매달아 놓으니
마치 목 매달은 죄수 같아 보였다 서부극에서 본 것 같이
그 옆의 무성한 추국은 사형 집행자의 형상이랄까
비유가 너무 엉뚱한가?
한 사나흘 지나면 백합 향 짙게 맡을 겁니다
스무날은 족히 맡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내음 내 몸에 실어
이웃에게 동료들께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아내가 가꾸고 피운 백합 향이라고 자랑하면서...
두어 평의 마당 아쉬움을 달랠겁니다
22. . 7
마당가 백합 향 퍼지기 며칠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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