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피라미·가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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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가제와 함께...

어제 일요일엔 내 고조 내외분께서 오래 누워 계시는 곳에 가고싶었답니다
지난 청명·한식날 삼종간에 모여 그분의 묘택을 손질한지라
얼마전 폭우에 봉분이 내려앉진 않았는지
둘레석은 제대로 지탱하는지
잔디는 잘 자라는지
이것 저것 궁금한지라 지척이기도 해서 휑하니 나섰지요
아내도 함께였어요

기실 난 고조내외분을 모른답니다 자와 휘 이외는....
어릴적 조부님께선 그 묘택 찾을 적마다 나를 데리고 갔었지요
내가 장손이라 그랬나 봐요
후일을 위해서겠죠 아마
따라 나서라고 하실 땐 어찌나 싫든지 투덜댔지요
그러나 되돌아 올 땐 마냥 즐거워했어요
묘택 옆으로 흐르는 골짝엔 언제나 물이 흘렀으며
물 속 돌멩이 뒤집고 가제를 잡고
논길 지날 땐 메뚜기잡고
잘 익은 밤도 줍고
아래 마을에 닿아 할아버님께선 그 마을 어른들과 술잔 나누실 땐
내겐 과자도 사 주셨지요
생각하니 가을철에만 다녀왔나 봅니다 예전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의 그 골짜기엔
아직도 가제는 살아있답니다
묘택 잠시 살피고 더위 식힐 요량으로 골짜기 내려앉아
발 담그고 있노라니 금새 피라미 떼가 내 발등에 몰려들었오
어림잡아 오십여 마리는 되었을 것이오
내 발등에 입맞춤을 수도 없이 하더니 그냥 흩어지고 말더군요
아마 먹을 것이 아니라 그랬겠죠
그 느낌 참으로 좋았답니다

발밑이 간질거려 들어보니 가제였어요
새끼손가락 만한 녀석 이였답니다
옛 생각으로 잡았어요 살짝 잡느라 했는데도 그 녀석 집게 발 하나를 부러뜨리고 말았답니다
색깔 짙어 나이 들어 보였어요 어민지 아빈지 알길 없지만
작은 돌들을 들추니 옅은 색깔의 작은 가제들이 많아 한 가족이라 짐작되었어요
물웅덩이가 채 한평도 안되어 보였는데
작은 생명들이 생각 보담 많았어요 어른답지 않게 신기해 여겼답니다
가뭄 들어 물줄기 끊기면 저 생명들은 어찌 이어가는지?
글쎄 어디로 가서 목숨 부지하는지?
어떻게 할 것 같나요?
그 동안 물길 끊긴지가 수도 없이 많았을 텐데....

그리 인적 많지 않은 곳
오리나무 숲이 하늘 가려 잠시 쉬어도 서늘한지라
수건 물에 적시어 땀 기운 닦아내는 것만으로도
저 아래 염천을 떨쳐 낼 수 있어 좋았답니다

물위에 비친 오리나무 잎새들과 아내의 해맑은 얼굴이
물속에 담긴 아내의 하얀 속살과 피라미의 유영과 가제의 뒷걸음질이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그게 신선놀음이 아니겠오
그런 신선놀음 자주 할 겨를 없어 탓만 한답니다.

22. .
고조부 묘택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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