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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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히 내리는 비는 밤 손님이 되어
나의 방문을 두드린다.
흑맥주 두병을 사들고 작은 앉은뱅이 상앞에 앉아
한컵 따라 마시며 안주로 복은 멸치를 씹는다.
미워하고 등 돌리며 밤시간을 흘려보낸 날들 만큼이나
같이했던 어설픈 세월의 모습들...
사랑하는 사람과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 만큼이나
같이 할 수 없었던 아쉽고 애태우던 날들....
모두가 스러져가는 시간속 그림자의 잔상 인것을...
맥주 한병을 비우고 천정을 쳐다보니 보이는 것은
어제 저녁에 나의 피 빨아먹은 모기 한 마리 뿐.
사랑이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에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내뱉지 못하는 사람이
텅빈 머리속에서 너울너울 춤추고 있다.
두번째 맥주병을 따는 순간에 TV속 위기의 남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굵은 눈물을 떨구고 있다.
드라마속의 남자처럼 내가 도시의 생활을 접고
모두를 버리고 자연에 묻힌다면 그니는 정말로 나를 찾아와
짧은 시간이나마 내모습 바라보며 지는 해를 감싸안을 수 있을까?
내가 오염시킨 도시을 회피하며 도망가려는 마음이
드라마속 남자의 등짐속에 머무는 듯하다.
지치고 아픈마음 달래려고 낮시간에 산에 올라 헉헉 거리고 땀을 쏟아본들,
아름다운 숲속만 오염 시키고 마는 존재 인것을...
아! 오늘 밤에도 빗 소리에 취하고 낮 사랑에 취하고
맥주 한 잔에 취해 위기의 남자가 되버린
나는 외로운 가운데 행복하구나.
세상이 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하나하나 버리고 있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외롭다고 허공에 부르짓고 있다.
몸부림 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토하지 못하고
사랑한다면서 몸부림 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모든 일들이 비오는날 밤 그림자의 허깨비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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