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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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리포터를 작성하던 나는 잠시 쉴 겸해서 커피를 끓이려 부엌에 들어갔다.
거기서 나는 어젯밤 세수를 하고 버리지 않은 대야 속에 귀뚜라미 한마리가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평소 집이 흙집이라 간간히 발 밑에 귀뚜라미같은 곤충류들이 많고 그것들이 귀찮아서 자주 집안에 살충제도 뿌리고는 했지만... 나는 잠시 가만히 그녀석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녀석은 계속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내려는 듯 긴 두다리를 쉴새없이 허우적거렸다. 마치 나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처럼... 그 옆에는, 아니 그 밑에는 그녀석보다도 더 덩치가 커 보이는 비슷한 류의 귀뚜라미 한마리가 이미 죽어서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왠지 웃음이 났다. 자기보다도 더 큰 녀석은 이미 죽어서 가라앉았는데 왜 저렇게 계속 아둥거리는 건지... 그렇게 피식거리며 웃고 있던 중 그 귀뚜라미 녀석은 운좋게도 가장자리에 다가와있었다. 그러더니 녀석은 벽면을 타고 나오는 것이였다.
나는 그 모습에 또다시 피식하고 웃고는 지그시 그녀석을 밟았다. 녀석은 기껏 나와서는 약간의 탈출이라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렇게 가버린 것이였다.
지금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글을 치면서 내가 왜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귀뚜라미도 힘들게 해서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것을 왜 또다시 죽음의 문턱, 아니 요단강을 건너게 해버린것인지...
이미 다 식어버린 커피잔 속에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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