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여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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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목이 말라 가슴까지 갈라 터졌던 올 여름, 심하게 앓았던 그 여름이 가고 있다.
하지만 들끓는 가슴 한 편에도 시원하게 안았던 바다!
내리쬐는 폭염에 살갗이 빨갛게 익어 버려도 쓰라린 줄 모르고 바다에 빠져 마냥 즐거워 하던 여름이 그렇게 가고 있다.
잠시 그리움 한쪽으로 비켜 놓은 채 달궈진 입김 내뿜으며 뜨거운 삶 마다 않고 이만큼 업고 걸어온 여름, 봄색시가 갓틔우고 떠나버린 새싹들을 안고 얼르고 뒤척이며 무성하게 키워내는 동안 그 속엔 태양의 체온만큼이나 뜨거운 삶의 살덩이가 죽 버티고 있었으리라.
위대한 어머니!

바람과 해님의 이야기처럼 그 따뜻한 가슴 열어
우리의 무거운 옷가지들을 마음껏 벗어 던지게 했던 여름!
그것도 모자라 산으로 바다로 등 떠밀며 근심의 속옷 몽땅 벗어 던지고 까맣게 태워 버리라고,
벗겨 버리지 못한 묵은 때까지 깨끗이 벗어 던지라고, 그리고 돌아올 땐 가슴에 출렁이는 짙푸른 바닷물과 산 속에 몰래 숨어 있던 상쾌한 공기 한아름 안고 오라고......

모든 것 내어주고 떠나려는데 어찌 그 발걸음 가벼울 수만 있을까.
그 동안 애써 길러낸 정성 애틋한 정으로 남아 차마 한 발짝조차 떼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데...
가려다간 되돌아오고 정말 가려다간 다시 되돌아오고......
그 마음 알 것만 같아 함께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은 우리 역시 돌봐야 할 세상이 있기에.
우리가 품어야 할 그 작은 세상에서 우리 또한 위대한 어머니로 남기 위해 당신의 가는 길 가슴으로만 아파해야 한다네.

이제 맞이해야 할 그 빈 자리 가을의 공허함 속에서 우린 어쩌면 날마다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쳐야 하리라.
따뜻한 당신이 떠나간 자리에 고이는 슬픔을, 그리움을 담기엔 아직 너무나도 좁은 우리의 가슴!
그래서 어쩌면 그토록 새파란 하늘이 덮쳐올 때면 우리의 가슴 한 편에 꿰어져 있을 지나온 세월의 넉넉한 주머니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가슴에서 넘쳐대는 그리움, 그 주머니 속에 한 줌씩 한 줌씩 담아가며 그렇게 가을을 넉넉히 살아 내야 하리라.
때로는 소리내어 울고 싶은 날들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우린 쓸쓸한 가을 한가운데서 당당히 눈물 거두며 거기 서 있어야 하리.

저녁놀만큼 붉은 계절, 그 가을이 풍성한 결실로 자축하는 날 이렇게 소리 높여 말할 수 있기 위해서. 이토록 풍요로운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건 그리운 지난날의 어머니가 우리 곁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따가운 볕 쪼여가며 힘들게 일구던 날들 위로 당신은 이미 바람이 되고 새가 되고 무수한 잎들이 되어 우리 가슴에, 우리의 삶 속에 내내 남아 있을 거라고.

내 그리운 어머니가 간다네
폭염에 그을려 갈라 터진 몸뚱아리
질질 끌며 누가 볼까 조용히
몰래 눈물 훔치며
내 그리운 어머니가 가고 있다네
삶은 그런 거라고
얻는 것이기보다
자신을 사르며 가꾸어 가는 거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일궈내면, 삶은
반드시 자신의 몫이 되어
그렇게 다시 찾아올 거라고
계절이 가듯
우리는 결국
뒷모습만 보이며 떠나가겠지만
삶은 언제나
열심히 땀 흘리던
우리의 눈부신 얼굴만을
기억할 거라고
그래서 우리가 떠나도
그건 결코 떠나 가는 게 아니라고

심하게 갈라졌던 상처는 어느 새 어머니의 왈칵 쏟아낸 눈물로 이렇게 다 아물어 가고 있는데 쓸쓸한 바람 맞으며 내 그리운 어머니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네.
이 해 여름은 그렇게 떠나가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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