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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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의 師表 내 조부님
내 어린 초등학생 일 때
조부님의 노하신 모습을 보아야 했다
『내 이늠의 담배 다시는 안 풋는다』
이 말씀과 함께 담배갑을 움켜쥐고 두 동강으로 분질러 내동댕이치시는 모습을
늦가을 보리파종 끝내고 어둠이 퍼진 시각
호롱불 하나 밝혀두고 둘러앉아 저녁 드는 시간
우린 혼비백산했지
이유인즉
몇 시간째 담배를 피우시지 못해 화가 잔뜩 나 있던 차에
담배 구하러 간 어머님께서 늦게 오니까 그만 화가 폭발하셨던 거지
어머님께선 얼마나 종종걸음 하였을까
들일 마치시고 급하게 저녁 차려 내놓고
시아버지 담배 구하러 온 마을을 돌아야 했으니까
그 시절엔 담배가 떨어졌다해서 쉽게 살수도 없었지
담배사기를 배급 타듯 했으며
담뱃가게도 흔치도 않았기에
그러니 이웃간에 한두 갑쯤은 빌려주고 받기도 했어
그날 따라 이웃에 빌려준 담배 돌려 받을 처지가 안되었으며
담뱃가게엔 살 수 있는 담배는 없었지
온 마을을 이 잡듯 뒤져 어렵사리 구하여 조부님께 드린 건데
그걸 그냥 분질러 내동댕이 치신거지
조부께선 왜 그랬을까
마음대로 사 피울 수 없는 담배사정 때문 이였을까?
그까짓 담배하나 재대로 사다 놓지 못하는
며느리인 내 어머님이 미워 그랬을까?
그 연유는 알지 못했다
그분께서 말씀 않으셨기에
그날이후로 조부님께선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다
세상 다 하신 날까지
그래도 사랑채엔 윤이 난 황동 재떨이와 담배 한갑은
언제나 문갑 위에 정갈하게 놓아 두셨어
찾아오시는 친구와 손님을 위해
손님께 담배 권하시곤 자릴 피해 주시기도 하셨지
그분은 고지식하셨으며 성정은 불같아
마을 사람들은 그분을 두려워하며 무서워하기도 했으며
마을 아녀자들은 그 분을 피해 다닐 정도로 엄하셨지
그러나 난 그분에게 두려움이거나 무서움을 느끼지 않았으며
그분을 존경할 뿐
그 분은 나의 지존이시며
나를 지배하셨지
그 분의 영향으로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하지만 난 그분의 성정을 닮지 못했다
21. . 22
금연 여든 아흐레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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