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커피 한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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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지를 적시는 비가 내렸다.
반가운 마음에 비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그대로 비에 젖어 집에 들어왔다.
눅눅한 집안 공기, 그리고 집주인을 홀로 맞이하는 은빛 주전자...
굳게 닫혀 있는 창문을 잠시 열었다.
허공에 수많은 금을 그으며 떨어지는 빗방울이 창문 밖 너머에 뻗힌 내 손에 느껴졌다. 이 촉촉함, 기분이 좋았다.
오디오에 볼륨을 높이고, 장식장 속에서 먼지쌓인 CD를 찾아내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은은히 달빛이 배인 피아노 선율 속에 베토벤이 줄리에타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월광 소나타를 꺼내어 들었다. 집안의 적막감을 깨고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이 귀를 젖어들게 했다.
식탁에 홀로 놓여진 주전자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적막감에 덧붙여진 빗소리를 귀담으며 커피를 음미했다. 아니, 커피향을 음미했다. 늦은 오후, 따스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커피 향내음 속에 나는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나 자신으로의 여행......
늘 피곤할 때면 손에 커피잔을 쥔채 입가로 커피를 마시었다. 지친 일상생활에서의 커피 한잔, 현실에서의 피곤함이 이 커피 한잔에 녹아들곤 했었다.
나의 직업상 나는 새벽까지 밤을 새는 일이 잦다. 그래서 나의 낮과 밤은 이미 바뀐지 오래다. 늘 밤마다 컴퓨터를 두드리는 작업으로 인해 팔에 알이 배기곤 한다.
모처럼 컴퓨터를 끄고 바라본 창가는 온통 안개가 드리워진 새벽이었다. 푸르른 새벽하늘위로 하나의 새벽별만이 홀로 마지막 그 때의 밤을 지키로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별을 향하여 안녕을 고한 뒤 언제나처럼 커피를 마시었다. 새벽에 마시는 커피, 늘 그 어느때고 마시는 커피지만, 새벽에 커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상쾌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새벽의 맑은 공기로 마음을 비우고, 한잔의 커피로 굳은 머리를 깨웠다. 새벽의 커피, 그 커피의 향이란 달콤한 아름다움이었다.
잔 속의 커피의 향이 메말랐을 무렵에 비도 그쳤다. 나는 눅눅한 집안의 공기를 말리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창가에 고개를 내밀고 푸르름을 자랑하는 나뭇잎에, 봄날 한창 키워온 꿈을 맺는 풀잎사귀에는 아직도 촉촉히 빗방울이 내려 앉아 있었다. 그리고 따스한 햇살이 그 빗방울 위에 자리 잡아 반짝이고 있었다.
집안 가득 햇살이 빛으로 어루만져 주고, 커피잔 속의 향은 메말랐고,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도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그 아름다움들은 내 안의 짙은 여운이 되어 있다.
커피 한잔의 향내음......






시는 많이 지어봤지만, 수필은 그리 많이 짓지 않아서 서툰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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