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금연일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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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일기 (1)

민원창구에서

관공서의 민원실이나 금융기관 등에서는
사무실 구조를 고객의 공간과 내부 종사자들의 공간 사이를
키작은 벽으로 구분짖고
이른바 그 벽을 민원대 또는 민원 창구라고들 하지

민원창구 안쪽
고객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웃는 모습
단정한 옷차림
바른 말씨
공정하고 신속한 일 처리를 요구하지
그리하여야 함이 기본적 교양이기도 하고

민원인을 불손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가?
내가 불손하게 해 본적이 있지
지금으로부터 꼭 십년 전에
그러니까 구십 년대 초반
난 민원 창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지
내가 자청하여

자청한 이유인즉
내 스스로를 검증 해 보려는 것 이였지
뭘 검증했냐고 ?
창구 건너편 고객을 위하여
나는 얼마나 친절과 겸손할 수 있으며
또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지를...........
대체로 그런 부서에 가기를 꺼리는 편이였어
내심 육 개월쯤 체험해 보려는 심산 이였지만
일년하고도 육 개월을 민원창구를 지켰지

하는 일은 차량등록 업무였어
지금은 자치단체별로 제각기 그 업무를 처리하지만
그땐 내가 있는 곳에서 인근 자치단체(개시군)까지 처리했어
엄청 바빴지 하루 평균 백여 건을 처리했으니까
심하게 표현하여 소변볼 틈도 없었어
그렇다고 옷에 실례하진 않았지
상담이나 전화응대 때엔 경상도 사투리가 거침없이 튀어나오고
같은 말 반복하는 앵무새 같았지
일과 중 오전의 열시 전후 오후의 세시 전후엔
마치 시장바닥 같이 시끌벅적했어
때론 다툼도 벌여가면서

심한 스트레스 받은 어느 날
토요일 이였을 거야
퇴근시간이 되어갈 쯤
민원인이 물 빠지듯 빠져나간 뒤
창구에 앉은 채로
담배한대 꼬나 물었어
맛있었지 그때의 담배 맛은
동공의 초점 멀리 두고 그저 멍 한 것 같이
그때 두어 명의 민원인이 찾아왔었는데 난 미처 몰랐어
내게 뭐라고 할 때까지

『죄송합니다 담배를 물었어........』
『 괜찮소 나도 풋는데 그냥 물고 하소』
그 한마디에 체면도 잊어버리고
담배입가에 삐딱하게 물고 일을 처리한 거야
나와 민원인간에 합의한 사항이라
난 아무런 생각도 없이 담배를 피운 거지
옆자리 숙녀 또한 간섭치 않았으며
눈치 준 동료도 없었어

일 처리 끝나 민원인이 돌아간 후
뒷자리의 내 상급자께서
점잖게 한마디
『 니 담배 물고 일하는 것도 괜찮더라........』
뒷통수가 뜨겁더구나
순간의 잘못이라도 누군가는 나를 지켜본다는 사실에
민원인이 양해하였더라도
민원창구에서 고객을 앞에 두고 담배를 피웠으니 꾸중들어 싸지

가끔씩 그 모습 떠올리면서
직업인으로서는 후회를
애연가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지



21. . 1
금연 오십 일을 넘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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