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금연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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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일기 (11)

『누구 덕에 학교 다니는 줄 알기나 하는지』

열차통학 하던 고교시절
열차에서 내려 학교까지의 거리는 2 Km 정도의 거리였어
천천히 걸어가도 통근학생들이 제일 먼저 등교하는 편이였지
학교 일찍 도착하였으되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
급우들이 다 모일 때 까진 지루할 수밖에

그 시간 열심히 자습을 하였더라면
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얻었을까 ?
글쎄
그건 의문으로 남으며 시간 허비한 그 시절을 후회하진 않아

통학생들 중 몇몇은 열차에서 내려
곧장 학교로 가지 않았어
학교 가는 골목길에 숨어있는 단골집
이른바 할매집 이라는 학생들만을 위한 집 이였어
그곳에 모이는 녀석들은
아침밥 못 먹고 나온 녀석
담배 피려는 녀석
일찍 학교 가기 싫은 녀석들 이였지
때론 아예 결석하려는 놈까지
나도 가끔은 이용했어

그 집 드나든다해서 모두 불량학생은 아니니까 오해는 마
할매집 주인은 정작 할매가 아니더구나
왜 그리 이름 붙혀진 이유는 몰랐어
아침밥 대신 라면 먹는 녀석
개피 담배 사 피우는 녀석
만화 보는 녀석
결석하려고 작당하는 놈들
그러다가 시간 되면 우르르 몰려나가지 학교로

그 집에서 학교 까진 1분 정도의 거리였어
어쩌다 비오면 할매는 우산도 빌려주었고
학교 준비물을 챙겨오지 못한 녀석은
그 집 딸아이 덕으로 해결했어
우리 또래의 여고생 이였으니까

할매집
우리들의 좋은 휴식처이자 안식처였어
수업 끝나고 집으로 갈 때도
열차시간 기다리는 장소로 이용했지
우중충하고 불결한 역 대합실이 역겹기도 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학교 가려고 그 집 딸아이 마루 내려서면서
『 엄마 돈 』
그 할매 수중에 돈이 없었던지
우리들에게
담배값 라면값 밀린 외상값 내 놓으라고
한 녀석씩 호명하며 채근하더구나
용돈 있는 녀석은 돈 내밀고
빈털털이는 외상 치부책에 올 놓으면서
그 중 한 녀석이 말이 걸작으로 들였어
『 저놈의 가시나 누구 덕에 학교 다니는 줄 알기나 하나』
내 귀에 들리기엔 마치 우리보고 돈 내라는 소리로 들리더구나
그 딸아이의 아침 돈타령이

우리들이 밥 먹여 주고 학비 대어주는 꼴 이였으니
그 소리 할만 했지
제 어미에게 돈 받아 대문 나설 때
딸아이 뒤통수로 향해
『 가시나 공부 열심히 해라이 농땡이 치지 말고 』

지금 생각하니
우린 이미 고등학생 시절부터 장학사업을 한 셈이지
어찌 보면 위대(?)한 녀석들 이였네
할매집을 가끔 찾은 난 위대(?)한 녀석들 틈에 끼여도 되나 ?
그 딸아인 그 고마움을 알기나 했을까?
그게 참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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