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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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놈
고등학교 다닐 땐 난 열차 통학을 했어
삼 학년 초 자취생활 개월 빼고는
진해에서 마산으로 이어지는 진해선 열차였지
집에서 역 까진 분에서 1분 정도의 거리지
아침밥이 늦을 경우엔 뛰니까 분
시간 넉넉하면 걸어가니까 1분
겨울철 들판이 얼면 3분으로 족했어
역과 우리 집을 일직선으로 가늠하고선 냅다 뛰었으니까
뛰는 날엔 역에 도착하도록 입안에 밥알이 뒹굴고 있지
시간 넉넉해 걸어갈 땐
담배한대 꼬나 물고 다녔어
건방지기 한량없는 모습으로
내가 타는 역에서는 좌석은 고사하고 객실 안으로 들어가기조차 힘들었어
줄곧 열차 난간에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
자연적으로 담배를 많이 피웠지
마산 역(당시 구마산 역)도착 할 때까지 두어대 피웠으니까
불과 2분도 정도의 시간 속에
그 시절엔 지금처럼 가벼운 일회용 라이터가 아닌 성냥을 지녀야 했지
사각 성냥 통을
그런데 어느 날
한 녀석이 교련복 바지 허벅지 옆 호주머니 속에서
부뚜막에나 있음직한 큼직한 성냥 통으로 담뱃불을 붙여 주더구나
우리 지역에서 그 유명한 향로 표 성냥
통 큰놈
예전에 성냥 통 땜에 선생님에게 붙잡혀도
그럴싸한 핑계로 모면한 적이 있었다는 영웅담까지 들려주었어
그 놈이 선생님을 속이기를
아침에 쇠죽(소의 아침식사)솥에 불 지필 때 사용한 성냥이라고 했다는 구나
글쎄
개도 웃을 일이지
그 놈의 집은 농촌이 아닌데 무슨 얼어죽을 쇠죽
한번 속여 본적이 있으니까
계속 큰 성냥 통을 지니고 다녔던 거지
그래서 우리들은 그 놈을 두고 통 큰놈이라고 놀려댔지
통 큰놈
그런데 그놈은 정작 커야 할 사내의 통은 적었어
금연 스무 나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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