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금연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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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일기()

입안은 뜨거운데

식구 많았던 우리 집
난 막내 삼촌(두 살 아래)과 함께 대문간 방을 썼다
우리 방 옆엔 외양간이 있었어
농사일 도맡아 하는 누렁이는 살림 밑천이기도 했지
어느 해 초여름
밤손님이 찾아와 누렁이를 몰고 가 버렸지
새벽 동트기 전에 도둑 맞은 사실을 알고서는 동리에 비상이 걸리고
젊은이들이 모두 출동했었지
네 패로 나뉘어 사방을 뒤집었어

다행하게도 새벽햇살이 퍼질 쯤
이십리쯤 떨어진 산 중턱에서 누렁이를 발견했지
나중에 알고 보니 밤손님은 그 근방 사람 이였어
산속에 매어두고 날 밝으면 밀양 장으로 몰고 가 팔려는 속셈 이였던 거지
누렁이가 얼마나 놀랬던지 몇 일을 먹지 못하고 끙끙거렸어
누렁이 찾은 날 장정들은 모여 술잔치가 벌어졌단다
밤손님이 몰고 간 소를 되찾은 경우는 그의 없었거든

그 밤손님이 다녀 간 후
우리 집 살림 밑천 지키느라고
할아버님의 사랑채와 우리 방과 바꾸었지
사랑채에 방을 가지니 여간 좋은게 아니더구나
윗채에 보이질 않으니 거동이 자유로우며
출입문이 따로 있으니 친구 녀석들 찾아들기 수월하지
늦도록 놀아도 눈치 보이지 않지
계집아이들이 놀러와도 불편함이 없었어
무엇 보다
사랑채에선 담배 피우기가 참 좋더구만

어느 날 오후
담배 피워 물고 마루에 누워 흥얼 그리고 있던 차에
웬 마른 기침소리
고개 들어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니
인근 마을에 사시는 할아버님의 친구 분이셨지
이걸 어쩌나
잽싸게 혀끝으로 담배를 찍어눌러 입안으로 밀어 넣었지
그리곤 일어서
꾸벅 인사 올릴 수 밖에
『할아버님은 계시는냐?』
.
.
.
.
묵묵부답
꿀 먹은 벙어리
엉거주춤
입안은 뜨거워져 오는데
훽 돌아서 맨발로 뛰었지 외양간으로
캑캑 그리며 토하듯 뱉어 내고서는
할아버님께 아뢰고 그 영감님 안으로 모셨지
그 어르신 저녁 잡수시고 떠날 때까지 난 안절부절 했어
행여 뭐라고 불호령이라도 내리 실까봐
내 할아버님은 호가 나셨어 무섭기로는

어둠이 깔릴 쯤 그 영감님 가시더구나
대문 밖 까지나가 고개를 한참이나 숙여 인사 드렸어
그 영감님 빙긋 웃으시고는 아무말씀 없었지
그래도 난 할아버님의 눈치를 살폈어
아무말씀 없으시길래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 거지
그 안도감에 다시금 사랑채 마루에 누워
담배 한 모금 길게 빨아들여 폐 깊숙이 불어넣으니
어찌나 맛이 있던지
아 그 기분 어찌 표현할까?
그건 끽연가들만 알 수 있을 거야

우리 집에서 나 말고 담배 피우는 남정네는 없었지
그때가 고 2 시절 이였어
그 후로 사랑채에서 삼년 정도 더 있었지 아마
그 사랑채가 그립네
사랑채 있는 집에서 여유롭고 싶은데
하지만 이젠 그런 사랑채를 얻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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