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금연 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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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일기 ()



꽁초이야기



고삼 시절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 두 녀석과 해운대 유랑을 다녀온 적이 있었지
해운대에 친구가 살았거든 그 놈 믿고 아무런 준비 없이 찾아간 거야
아무리 촌놈이라 지만 수영복도 없이 해수욕장 왔다고 구박도 받았지 부산친구한테
수영복 한 장 들고 동백섬 바위틈으로 갈 수밖에


한 놈씩 물 속에 들어간 거지 그 방법은 연상하면 알 수 있을 거야
물 속의 네놈 중 한 놈만 수영복차림 나머진 알몸

촌놈들 저수지 수영만 하다 바다에 들어오니 엄청 놀랬지
파도에 밀려 바위에 부딪치기가 일쑤며
정신없이 마신 바닷물 짜기는 어찌 그리도 짠지
물 속에서 한시간을 버텨내질 못했어


물 속을 나올 땐 들어갈 때의 역순으로
수영 보담 사람구경
계집애 꽁무니나 따라다니면서 어찌해볼 심산으로
백사장을 헤집고 다녔어
줄창 아이스케익만 사먹으면서
잠조차 백사장에서 자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백사장에 모기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지
백사장에서 하루밤 보내는 것이 만만치 않더구나
한숨도 잘 수 없었으니까
뜬눈으로 첫날밤을 보내고 아침은 친구네 집에서 눈칫밥 얻어먹고
이튿날도 백사장에서.....

오후쯤 되니 백사장도 싫증이 나기 시작했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별수 있나 집으로 갈 수 밖에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지
네놈의 호주머니를 털어도 집에 갈 차비가 모자라 환장 할 판
어쩔 수 없어 구포(낙동강변) 까지는 시내버스로 갔지
구포에서 국도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배고프면 물 마시면 되나 담배생각은 지울 수 없어
국도변 꽁초를 보물 찾듯 한 거지
국도변에 꽁초가 있을 리 만무하지
어쩌다 쓰레기 같은 꽁초 하나 주우면 세놈이 서로 많이 피우려고
다투듯 했어



해가 다 져갈 무렵에 김해읍(그 당시)에 당도했지
시외버스 주차장 변을 어슬렁 그리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차장에게 부탁해서 무임승차하려고
그 시절엔 차장이 있었지 대부분 계집아이들 이였어
버스는 몇십대가 지나갔지만 우리사정 들어주진 않았어
온갖 아양 다 떨었건만
콧방귀만 날리더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우리의 구세주
남자 차장이 나타난 거야
역시 남자 끼린 통할 수 있어 살맛난거지
첫마디에 그랬어
『이놈의 쌔끼들 너그집 오데야 빨리 타 쌔끼들』
무슨 말끝마다 욕 투성의 그 행님 참 고마웠지
계집년들과는 무슨 일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어(그 시절의 생각)
남자로 태어난게 퍽 이나 다행이라 생각했어(지금도 마찬가지)



창원이 가까워오니 셋놈은 쑥덕그렸지
이꼴로 집에 갈 수 있겠나
가까운 친구집에 들러 몸과 마음을 추스려 귀가하기로 했어
차장 행님한테 또 욕 한번 들었지
『이 쌔끼 너그들 오데 갈라꼬 그냥 집에 안가고』
『행님요 우리가 이 꼴로 집에 가면 뭘 카겠능교 좀 씻고 가야 안되겠능교』
『하 요 쌔끼들 봐라 』
『행님요 고맙십니더이』


여름밤 풀벌레 소리 들으며 논길 따라 찾아가 친구네 삽작문 밀치니
마당 가운데 온 식구들이 모여 모깃불 피워 놓고 밤참을 들고 있었지
어르신께 넙죽 큰절하고
전후사정 낱낱히 고해바치고
배고픔을 은근슬쩍 말했지



그날 저녁은 배터지도록 먹었어
맛있게 그런 맛이 꿀맛이란거지
그 친구는 밤중에 참외까지 따 주었어
역시 촌놈 친구가 좋아
대밭속 우물가에서 해운대 소금끼 씻어 내고
평상에 다리 뻗고 누워 별자리 외며 피워 문 담배 맛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꽁초
그것은 귀해야 되고
짧아야 꽁초 맛이 난다는 심오한 진리를 터득했어 그 시절에



오늘이 금연 몇 일째인가 여흘 하고도 나흘째
그 동안 일요일이 두 번 공휴일이 한번 집에서 뒹구는 휴일을 삼일을 보냈네
노는 날엔 담배 더 많이 피웠는데
아무런 금단의 증세를 느끼지 못하고 넘겼으니 제법이지
간식은 조금 먹었어 입안이 간질간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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