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비는 나를 미치게 한다.
copy url주소복사
간만에..
아주 간만에 비가 내린다.
검은 구름을 척후병으로 내세운 하늘은
어느새 제 색을 감춰버렸다.
수백 수천억개의 물방울들이
메마르고 비틀어진 생명에게 뿌리 내린다.
섬을 둘러앉는 바다는
깊고 짙은 심연속으로
무수한 빗방울을 소리 하나없이 삼켜버린다.
이따금씩 허연 거품 물어
자신이 살아있음을 들어낼뿐이다.
바다를 가두어 놓은 난간 끄트머리로
옅은 주황색 미등이 흔들거린다.
붉고, 푸른 너무나 고운 색으로 감싸인 둥근 원형의 연등
- 소박하다 이름지워진 그네들의 간절한 소원을 담은-
은 빗속에서 일렬로 줄지어 숨쉬고 있다.
가만히 비를 맞고 서 있노라면
그의 짙은 체취가 어느새 콧속을 타고 들어
온몸의 구석구석을 소용돌이 치는것을 느낄수가 있다.
피를 타고 혈관을 돌아 뼈을 지나고,
기름덩어리 사이를 빠르게 지나
헐떡이는 심장을 통과하는
그 비의 냄새란....
비는 나를 미치게 한다.
아직도 미칠수 있는 광기가 내게 남아있었던가 하는
의구심이 채 들기도 전에
나의 방어벽은
허물어져 버린다.
몇겹의 껍질을 씌우고 씌우며
하루 하루를 사는 삶이건만
비는 그 껍질들이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다.
비는 그냥 내리는게 아니다.
메마른 생명위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0개의 댓글
책갈피 책갈피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