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졸업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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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시다는 시베리아가 원산지이다. 그 나무가 내가 다니던 중학교엔 많이 심겨져 있었다. 강한 추위에 잘 견디는 나무이어서 그런지 겨울이면 더욱 그 푸르른 잎이 무성해보이기도 했었다.
내 기억 속엔 아직도 선명한 사진이 하나 있다. 그것은 중학교 졸업 때 찍은 사진이다. 거기엔 부모님과 여동생과 내가 찍혀 있다. 그리고 배경은 하얀 눈이 내렸다. 특히, 히말라야시다 나무는 눈에 덮여서 하얀색과 더불어 푸르름이 더욱 눈부시게 보인다.
누구나 학교를 졸업할 때 쯤이면 마냥 즐거울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특별한 어떤 사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역시 즐거운 마음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교회 학생회에서 선후배들이 꽃다발을 만들어 목에 걸어주기도 했고 사진관에서 사진도 흑백으로 구색을 맞추어 찍기도 했다. 교복이야 3년 동안 입었기 때문에 약간 작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중학생의 몸은 가리기에 충분했었다.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교회 선후배들간에 찍은 사진을 자꾸 보진 않았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엔 누가누가 찍었는지 기억이 선명하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신앙심으로 뭉쳐 있었기 때문에 서로는 싸움을 몰랐고 또한 모범생으로 학교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미래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약간의 즐거운 마음을 뒤로 하고 봄이 되더니 어느 새 나는 나이 사 십이 넘어가고 있다. 지금 졸업을 앞둔 중학생들을 보면 그들의 고운 살결과 그리고 반짝이는 머릿결은 그야말로 인생의 아름다움이 넘치는 시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들에겐 웃음이 밥 먹는 것보다 더 많고 공부하는 것보다 더 많다. 그들은 온통 행복의 세상에 살며 울음이란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 것 같다.
아! 그래, 나에게도 분명히 그러한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덧없이 흐른 것이다. 2 대를 지나고 3 대를 지나며 시기도 많았고 욕심도 많았었다. 특히,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는 도시로 유학을 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어떤 보람을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부터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을 떠난 이유가 아마 가장 큰 이유이었을 것이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떠난 이상은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넋두리의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외로워하고 고민하고 슬퍼하며 짝사랑에 애달퍼 하며 청춘은 꿈결같이 흘러가버린 것이었다.
그리하여 독선과 선입견, 아집과 편견 등으로 뭉쳐서 다른 사람은 가슴 한 켠에도 두지 않는 생존의 본능으로 부대끼는 도시의 미아와 다름없었다.
아마, 지금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철저한 냉혈한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나의 방법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그 누구도 내게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어떤 친구는 그런다. 모두 자기 자식과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 살지 그 누가 요즘 세상에 연락하며 살아가느냐고 말이다.
그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아주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은 기질적으로 타고 태어났는지는 몰라도 외로울 때면 그 누구라도 붙잡고 긴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편지라도 써서 보내고 싶어진다. 오죽 했으면 편지를 여 통 쓰고 하면서 사랑의 가슴을 표현했을 것인가?
그러면서도 돌아서야만 했던 지난 날은 태양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고 하나님께서 계심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뜨겁게만 살 수도 없고 아주 차갑게만도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지근하게 살아야 할 것도 아니다.
태양처럼 달빛처럼 빛을 내며 영원히 타오를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영원한 아름다움은 빛이 날 것이다. 이름이 있다면 뭐하고 이름이 없다면 뭐할 것인가?
가장 소중한 것 한 가지는 그래도 있어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사랑이다. 용서하고 믿어 주고 기다려주기도 하고 희망을 북돋워 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말이다.
눈이 내리는 졸업은 추억을 하나 더 멋있게 장식하여 줄 것이다. 그런만큼 순결하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를 한 번쯤만 해 보면 어떨까를 생각한다.
죽어가면서도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면서도 아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고 떳떳한 인생살이를 위하여 졸업의 영원한 시작을 궁리해봄도 해 볼 만한 일이다.
21.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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