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 투
주소복사

외투라는 말을 떠올릴 때면
두툼하다는 것
옷자락이 길며 깃이 넓고 불편함을 연상한다
난 외투를 입질 않는다 언제인가부터
아주 오래 전 혼전에 멋 부려본다고 한벌
오년전 추운지방 나들이 하느라고 일회용으로 한벌
해마다 겨울이면 아내는 반반한 외투 한 벌 장만하라고
성화를 부린다
내 입성은 내가 마련하는지라
아내가 사오질 않는다
아니 사오지 못하게 한다
아내가 투덜댈 때마다 변명한다
결혼 초기엔
『젊은 사람이 외투는 무슨 외투』
얼마간이 지난 후엔
『돈도 많다 그 돈 있으면 호주머니 넣어 다니며 부자 연습이나 하겠다』
지금에 와서는
『얼지도 않는 겨울인데 뭐 살 필요 있나』라고
기실 그렇다
지금 보담 더 젊었을 땐 젊다는 그 여줍잖은 용맹으로 걸치지 않았지
지금은 기후환경 변화로 겨울이 겨울 답잖은 겨울이기에
외투의 필요성이 없기에 마련치 않음이지
나 다니는 일이 없기도 하니 더더욱 그렇지
아내의 잔소리는 이어진다
『요즘 외투는 천이 얇아 가볍고 부드러워 활동하기에도 편한데....』
퉁명스레 던진다
『당신이나 반반한 것으로 사 입어라 내 걱정 말고』
난 단순하고 절제된 입성을 좋아하는 편견이 있는지라
그래도 고집스레 외투를 사지 않았다
요즘 몇일새
제법 겨울답게 기온이 뚝 떨어졌다
웃 지방엔 영하 1도가 넘었으며
남쪽 산간지역에도 얼음이 얼었나보다
하지만 도회지 주변에선
예전 같이 꽁꽁 언 얼음 마당이 없어
천연 스케이트장은 볼 수가 없다
난 그것이 그립기 조차한다
몇일전 아버님 기일이라
제수마련 하느라고 가벼이 나갔더니
대수롭잖게 여긴 날씨가 날 기죽게 만들었다
여태 외투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다
얼른 외투생각을 떠올리고 말았다
이런 날씨에 추위를 느끼다니
벌써 쇠함이 왔단 말인가
아직 오십에도 못 미쳤는데........
올 겨울도 내 생각으로 버텨볼 심산이다
庚辰年 섣달 스무여셋날 겨울 느끼면서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