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쓸쓸한, 그러나 따뜻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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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다려도 평소에는 잘 울리던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어요. 고장이 났는지 살펴봤지만 전화기는 제대로였습니다. 밖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마음은 심난해서 무작정 길을 나서봤습니다. 거리에는 낙엽도 없는 길이 그나마 쓸쓸했습니다. 맥주라도 한잔 할까하고 들른 생맥주집, 주인은 주름 투성이 얼굴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펑튀기 한 접시를 던지듯 놓고 갔습니다. 기분이 나쁘다고 그냥 나왔다가는 나가는 등에 소금 세례라고 받을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cc를 마시고 나왔습니다. 술기운이 돌아서인지 가슴이 조금은 따뜻해지더군요. 정작 거리로 나와보니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 이럴땐 혼자서 떠나보는 거야. 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달랑 남은 지폐하나로 내가 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 거리는 얼마만큼일까? 자판기 앞에서 여기 저기 가늠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갔다 돌아올 수 있는 거리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요금판 앞에서 떠밀려 또 다시 나왔습니다. 우두커니 서서 밖을 보니 눈이내리고 있었습니다. 거리에는 케롤송이 울리고 눈발이 날리자 사람들의 걸음은 빨라지며 어딘가로 전화를 하기도 하고 여기 저기서 벨 소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아주 조그만 초등학생에서부터 7대의 할아버지까지 핸드폰을 들고 있었습니다. 어디를가도 어느 곳에 있어도 서로 통화할 수 있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도 행복해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육교를 건너야 했습니다. 맥없이 육교 위로 올라갔습니다. 차 출발 시간이라도 되었는지 종종거리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한계단 한계단 올라갔을 때 아! 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 광경을 보지 않았다면 내가 더 쓸쓸함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썩어 문드러져 들어가는 다리를 눈발 속에 내 놓고 동전 몇 잎이 지다만 낙엽처럼 들어 있는 종이 상자를 앞에 놓고 앉은 사람, 상처 위로 눈발이 떨어지자 이내 녹았습니다. 상처에도 체온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주머니에 있던 것을 다 털어 종이 상자에 떨구고 돌아서는 등 뒤로 고맙다는 말이 메아리졌습니다. 그런데 그 메아리에 왜 내 등은 따뜻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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