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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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32일을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난생 처음으로 병원 밥도 먹
어 봤고 내 눈의 눈물이 그리 쉽게 마르지 않는 다는 것도 깨달
을 수 있었다. 울 어머니... 끝내 자식에게 인생공부의 끝이 없
음을 알려주시고 싶으셨던게지...
뇌 혈관이 경축되 딸 이름마저 잊어버리셨었고 갑자기 오한이 들
어 보는 이로 당황하게도 하셨다. 음식을 제대로 드시질 못해 마
치 잠든 듯한 눈으로 힘없는 말을 토하시기도 하셨고, 갑자기
열이 올라 덜덜덜 떨면서도 얼음주머니를 품고 주무셔야만 한 날
도 많았다.울 아버지는 이런 어머니를 그대로 닮아 같이 병알이
를 하셨고, 이젠 나도 뒷목이 뻐근함을 느낀다.다행인지 불행인
지 휴학은 모면했지만 잔득 움추러든 내 자신...
학점을 21학점에서 12학점으로 줄여놨지만 이마저도 버거울 때
가 많다.몸도.. 마음도.. 더 이상 짖눌리다 못해 터질것 같을 때
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틈틈이 비집고 나오는 말 한마디.
...가볼만한 곳이야....
난 지금껏 너무나 내 자신의 행복에만 휩싸여 살고 있었다는 생
각이 들기 때문일께다.
중환자실 달째인... 김재순 아주머니- 살밖이딸아이를 친정에
맡긴체 하반신이 마비되어 지금껏 호스로 죽만 받아드시다가 어
제부터 입으로 음식을 드시고 계신다. 부부 집사님인데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두 분에게서 내 나약함이 부끄럽게 여겨질때
가 한 두번이 아니다.
숨골을 다쳐 죽음의 문턱을 여러번 넘긴 남편을 끝내 저버리지
못해 말한마디 못한체 쇳덩이처럼 굳어진 남편을 휠체어에 태우
고 운동을 시킬때마다 함박 미소를 지으시는 한 여 집사님.
그 미소... 이미 모든 것을 초월한 그 한 없는 사랑을 볼 때면
그나마 상환자인 울 어머니 간호에도 지처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
러울 때가 많다. 이 밖에도 안타까운 일, 보람 있는 일, 아름다
운 일, 짜증스러운 일, 재미있는 일,병원생활 이전엔 겪어보지
못했던 갖가지 일들이 내게 다가와 작은 여울들을 만든다.
이게 사는 거겠지. 그 동안 평탄한 삶만을 살았고,그래서 다른
이들을 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이젠.. 조금...조금은 알 것
같다.아픔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 그리고 가족이라 는 것....
한 삼일... 편도선이 부어 열곡선을 타시는 울 어머니를 지켜보
며 지난 새벽 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피조물로 살기가 너무 힘이듭니다.
이렇게 나약하기에 당신을 의지해야하겠죠.
하지만 하나님.. 이젠.. 이 고통의 늪을 그만 거두워 주십시요.
당신에게 원망하지 않는 제가 되게 해주십시요.
지칩니다... 이젠..."
남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 물론 아픈이 만큼은 아프지 않음을 알
면서도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그럴 수록 나도 모르는 짜증이 몰
려올 때면 하소연 하듯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아직... 알 듯 하면서도 윗분들과 같은 사랑을 실천하는데 내 자
신의 한계가 있겠지.그래도 난 오늘 또 내 자신을 낮추며 어머니
께로 가겠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내 눈빛에 내 손길에 정성을 담아보련다. 앞으로의 병원 생활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가볼만한 곳에 온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내 자신을 고쳐서 좀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는
바다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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