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첫 사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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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을 받는다는 건 이상하게 싫다. 어제도 이 자리에서 똑같은 어중간한 표정으로
헤어 졌다. 항상 먼저 멈칫하며 " 내일 보자 " , 아님 " 잘 가 " 하며 뒤돌아 버스를 탔다.
재빨리 자리에 앉으며 창밖을 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대체 왜 이럴까? 손도 잡을 수도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가려진 모습도 낮은 음성에도 순간적으로 움츠려드는 자신에 환멸
서러워 견딜 수 없다. 버스에서도 끊임없는 생각을 하고 집으로 걸어가는 중에도 잠시도
잊을 수 없다. 얼굴을 들어 별 밤 가득한 하늘을 본다. 그 별무리들도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편안한 기분은 참으로 좋다. 월의 바람도 가볍게 지나가고, 발걸음도 다시 차분해
진다.
서점에서 나오다 콰당 만난 사이가 우리다. 퇴근하고 약속도 없고 해서 서점을 갔다.
왔다갔다 하며 신간서적에서 꺼적거리고 있다가 돌연 이건 아니구나 하고 급히 나오다가
하얀 면티에다 루즈가 쓰윽 묻은 계기가 되어 전화번호를 주게 된 첫 만남이다.
얼떨결에 전화번호를 적어 줬는데 그 다음 날 전화가 걸려 왔다.
- 저... 접니다.
- 누구신지?
- 루즈 묻은 사람인 데요... 저...
- 아! 예...
_ 만날 수 있을까요? 오늘...
_ 아! 네...
그렇게 시작된 사이가 지금이다. 무엇이든 머리 아파하며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유명한 S대를 장학생으로
다니고, 어려서 부터 만능 스포츠맨이며, 성격은 자신이 대범하다 하고, 터프까지 한다고 하는데 인물은
핸섬해서 지척으로 여자가 깔려 있다 하는데, 그러면서 왜, 나를 만나냐고 물으면
" 같이 있으면 편해서 " " 네가 더 좋아서 " " 특이 하잖아 " 대충 이 정도로 얼버무린다.
꺽다리 친구는 말했다. " 넌 어때? " 그래서 나는 말했다. " 자꾸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
결론을 친구가 내렸다. " 그럼, 사귀라구! "

파스타치오를 먹으며 그는 " 다른 거 또 먹자 " " 너, 이거 먹어 " 그리고는 다른 체리 쥬빌레를
들고 온다. 잘도 먹어 치운다. 어떻게 보면 그는 여성스럽고 내가 더 보이시 하단다.
우리 사이는 일요일을 남들처럼 계획을 세우지 않고 만난다. 영화는 더더욱 그의 취향대로 " 로맨틱 무드 "
이다. " 그린 파파야의 향기 " 그런 수준이다. 그래서 또한 나도 닮아가고 있다.
식사 코스도 남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밥이 최고란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파스타치오를
먹으러 가는게 우리 로맨스의 끝이다.
그가 선택한 나를 두고 그의 친구들은 말한다. "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
[ 공부를 잘하는것도, 운동은 제로이고, 몸매는 통통하고, 머리는 짧은데다 얼굴은 중성이라는 데,
그 녀석의 백가지 미인형에서 하나도 아닌 것 같은데.... ] 그러면서 그에게 물었다.
- 뭐지? 뭐가 ?
- 있어! 파스타치오 맛이랄까? 체리 쥬빌레 맛이랄까?
- 뭐야!!!

꺽다리 친구가 말했다. 분명한 것은 " 넌 성격이 모 나지 않아서 좋아! " " 그도 그럴꺼야... "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런적이 있었다. 수줍음 많고 설레임 속에 가득한 그 아름다운 시간들이 이제는 살아가며 사랑에
충실하는 것이다. 첫사랑은 푸룻푸룻 날리는 향기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넣어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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