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과 작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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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소중히 여기던 작은 새가 있었다. 엄마의 품을 느껴보지 못한 고아
처럼 생긴 그 조그만 새는 나의 새장으로 날아 들어왔다. 가냘파 보이는 노란 깃
털을 걸친 그 새가 작은 소리로 애타게 울어 대는 걸 보면서 어미를 무척이나 그
리워하는 걸 알았다. 아직 따스한 품에서 먹이를 받아 먹고 자라야할 이 새가 여
기까지 날아 온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나의 새장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편히
앉아 쉬는 모습을 보며 어느덧 그 새에 대한 관심은 작은 애정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그렇게 그 새는 영원히 나의 새장에서 머물러 줄것만 같았다. 아침이 되
면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잠에 취하고 세상의 시름에 취한 나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 주며 기분좋은 아침을 시작하라고 달래 주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내 애정에 대한 답례라도 하듯 그렇게 오래오래 내 품에 머물것만 같았다.
그러던 그해 가을 내가 일하는 회사측의 급한 연락을 받고 다음 날 일주일동안
동경에 출장을 가야만 했었다. 난 출장가서 해야될 업무보다 내가 없을 일주일
동안 그새가 어떻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이 앞섰다. 출장가는 아침, 그 새는
내가 집을 비우게 될지도 모른 채, 여느 아침과 같은 발랄한 노래로 날 달래 주
었다. 그 목소리가 오히려 나에겐 불안하기만 했다. 난 새장으로 가 일주일 동안
이 새가 먹을수 있는 충분한 먹이와 물을 새장속에 넣어두고 그렇게 일주일을 비
웠다.
타지에서 지낸 일곱 번의 아침마다 작은새 생각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조차 생각 나지 않는다.
김포 공항에 도착해서 회사측에 간단한 연락만을 취하고 근심어린 마음으로 집
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새는 무사했다. 적어도 멀리서 그 새를 봤을 땐 안도의
한 숨을 쉴수 있었다.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작은 새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마
음에 새장쪽으로 다가갔을 때 일주일 전에 비해 별로 줄어들지 않은 먹이와 물을
보며 내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지는 걸 느꼈다. 물론 나 혼자 알아들을 수 있
는 말이지만 왜 먹지 않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작은 새는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처럼 새장에 가로로 걸쳐진 플라스틱 막대만을 두 발로 꼭 붙잡고, 창밖으로 보
이는 가을 하늘을 주시하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를 보고도 반기지 않는 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무사하게 지내준 새에
게 약간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식으로 적당히 체념하고 내 방으로 들어
가 피로를 달랬다. 내일 아침엔 괜찮아 지겠지하는 생각을 안고 두눈을 감았다.
아침, 다음날 아침은 내방을 비쳐오는 눈부신 햇살이 맑은 날씨라는 걸 짐작케
해 주었다. 어제 새의 모습을 잠시 잊은 채, 방문을 열면 작은 새가 나를 반기겠
지하고 거실로 나섰다. 그런데 새장을 보는 순간 어제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말았
다. 새는 어제 그 모습 그대로 였다. 맑은 아침이었지만, 작은 새가 울지 않는 아
침은 금방이라도 먹구름을 몰고 올듯한 불길한 예감을 주었다. 새장 속의 먹이통
을 보았다. 먹이는 하나도 먹지 않은 것처럼 그대로 였으나 물은 알아 보긴 힘들
어도 약간 줄어든 듯 했다. 하지만 그 새가 먹었다는 생각보단 수증기로 날라갔
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물이 깨끗하지 못해서 안 먹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에 물을 생수로 다시 채워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새였
다.
그런 아침이 며칠을 갔다. 먹이, 그리고 먹이와 물을 동시에 갈아주는 아침도 며
칠 갔다. 피로가 누적되어만 가는 아침이 며칠 갔다. 그런 며칠 뒤에 먹구름이 가
득한 아침, 새장속에 걸쳐진 막대위에 있어야될 새가 없어져 버린걸 확인하게 되
었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겁지겁 새장쪽으로 달려가 문이 열려있지 않은
새장을 살펴보았다. 새장을 도망친 것이 아니라 새장의 막대 아래로 떨어져 힘없
이 시름 시름 앓고있는 것이었다. 먹지 않았으니 막대를 붙들고 있을 힘조차 없
는 게 당연했다.
급한 마음으로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무슨 생각을 하고 뛰었는지 모른다. 그저
시커먼 하늘 아래 녹색 십자가가 그려진 동물 병원의 간판만이 보이길 바라며 뛰
었다. 병원이 보이자 마치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뛰어들어가는 보호자처럼 물을
열어 젖히고는 수의사에게 나의 작은 새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새를 수의사에게
몇분 맡겼다. 진찰을 신중하게 하고 나서는 이상한 그림들이 있는 두꺼운 책을
이리저리 뒤적이는 수의사였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내가 이해할수 있는 쉬운
말들로 새의 증상을 설명해 주었다. 그는 일종의 영양실조와도 같다고 말을 하고
나서 잠시 생각하고 나더니 그것보단 이 새가 애완용이 아닌 야생의 새라 새장속
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을 해 주었다. 난 그말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고 그는 새를 다시 치료하고 있었다. 그때 순간 내 머리속
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내가 출장갔다오던 그날 그 새가 바라보고 그리곤
쓰러질 때까지 한시도 시선을 떼지않았던 그 하늘……. 그리고 이 사람이 말한
야생의 새……. 내가 사랑을 주지 못한 그 시간동안 작은 새는 자기가 앉아있던
공간이 어떤 곳인지를 깨닭을 것이고 자신이 지녔던 본능을 자연스럽게 되새겼을
것이다. 목적을 잃어버렸던 시간동안 나의 작은 새는 이런 생각에 빠져들어 있었
던 것일 것이다. 그럼 분명 나를 위해서는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는 새라는 것
인가.
치료가 끝나고 두손에 작은 새를 감싸고 돌아 오는 길엔 자꾸만 슬픈 생각에 빠
져들고 말았다. 집을 나서 뛰어갔을 땐 멀기만 했던 그 거리가 돌아 올땐 짧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집앞 현관문이었다.
조금은 상태가 양호해진 새를 새장에 넣어 두고 내방으로 들어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기껏 내가 생각해 낸 거라곤 이별이란 말 뿐이었다. 작은 새가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지금은 이별 뿐인 것이었다. 북받쳐 오르는 내 감정을 억누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만 했다. 달리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적절한 결론은 전혀 없었
다. 이렇게 해서 내가 예전에 소중히 여기던 새가 되어야만 했고, 지금은 나의
애정만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나의 작은 새가 된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쓰라린 마음이 내 두손으로 전해졌다. 작은 새를 나의 두손으로 꺼
내어 저기 저 그가 동경하는 곳으로 날려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난 알수 없는
두 개의 물방울을 훔치고 천천히 새를 날려 보냈다. 내 손을 떠날 때 작은 새의
노란 깃털에서는 그 알 수 없는 작은 물방울들이 엷게 퍼져 흩날리고 있었다. 숙
연해지는 마음과 내 애정이 날아가 버리는 이 소리를 작은 새는 알고 있을까? 소
용없는, 쓸데없는 내 감정일 뿐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너무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가 금방 지쳐버리지 않을까 할 정도 새는 저만치 가고 있었다. 그런 나의 작
은 새에게 이세상의 하늘이 또 다른 새장이 되지않기만을 바라며, 예전에 새장속
에서 작은 새가 그랬듯이 가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날 후로 며칠동안 난 새장의 문을 닫지 않았다. 혹시나 지쳐, 아님 그리워 다
시 돌아올 작은 새를 위해서……. 그런 서른 번의 미련을 둔 아침이 밝아와도 그
새가 우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이젠 새장의 문을 열어둘 필요가 없는 것만
같아 빈 새장의 문을 닫았다. 그리곤 해가 두 번이나 빠뀐 지금까지 다신 빈 새
장의 문을 열지 않는다. 또 다른 새가 그 새장을 차지 할것만 같아 두려웠기 때
문이다. 또 다시 하늘을 바라 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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