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에 비치는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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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야영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집. 밖이 어두워서인지 집도 어두웠다. 불을 켜니 현관 한편에서 종이 한 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조그맣게 느껴지는 종이에는 몇자의 글씨가 나를 맞았다.
"작은 할아버님께서 돌아가셨으니 순창에서 한 삼일 있다가 올꺼다."
죽음. 할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어느 영화의 한편에서만 나올 것 같았던 단어인 죽음. 죽음이란 두 글자가 내게 다가온 것이었다. 그것도 나의 작은 할아버지...명절때마다 만나면 언제나 날 부둥켜 안아 주던...(할아버지께선 내가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 그런 분이 말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이럴땐 나 같은 상황이 되면 슬픈 얼굴을 지며, 땅을 치며 울던데... 내게는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커서인지 세상 냄새에 코의 감수성이 다 말라버렸는지, 아니면 세상에 시달려서인지. 그래. 아마 나는 그랬을 것이다.
매일 매일 학교에 다니며 수학 공식 몇 개와 영어 단어 몇 개에, 웃고 싶지 않는데도, 울고 싶은데도 언제나 웃는, 아니 웃어야만하는 도시 한복판 빌딩 입구에 자리한 그 마네킹처럼 난 그렇게 살았다. 그래. 그랬었던 것이었다.
나는 한참을 잤다. 꿈속으로, 꿈속으로...저녁정도가 되니 전화가 왔다. 부시시한 음성으로 받아보니 어머니였다. 한참을 서성이다 그 때 깨달았다. 아! 죽음. 하지만 그것도 잠깐... 나는 집에 혼자 있을 수 있다는해방감에 그 누구에게도 구속당하지 않는다는 자유로움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 누구의 죽음은 기억의 저편 넘어로 내던진 채 말이다.
한참을 놀았다. 오락을 하고, 노래도 부르고, TV도 보면서... 하늘이 검게 물들어가면서 그 공간 하나, 하나에 별들이 하나, 둘씩 박혔고, 난 혼자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현관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 옥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본다.
어릴적 보았던 할아버지의 웃음, 티없이 맑았던-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모습, 나를 위해 항상 뛰어다니시는 아니 뛰어야만 하셨던 나의 아버지, 어머니. 맑은 공기 아래 뛰놀던 아이들의 웃음이 별 하나 하나에 박혀 바람에 사무친다.
나는 슬퍼하는 것 같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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