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가끔은 눈을 감아야 세상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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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울의 빗물을 수도에서 쏟아지는 물이라 한다면
지금 이 비는 샤워기에서 뿌려지는 물이라고 할까요.
사실 눈으로 빗줄기는 분간되지 않습니다.
다만 제 얼굴에 와 부딪히는 미세한 촉감...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비....
이 비가 세상을 적시고 있고,

저는 지금 바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공사하는 철판도로를 지나
신호대기 긴 차량대열 뒤에 서서 조급함으로 고개를 기웃거리며
젖은 도로에 긴 선을 그으며 달립니다.

누구네 집인지 모르나 옥상에 흰 옷이 펄럭입니다.
젖어 무거울텐데 그래도 기운차게 흔들리는군요.
무거운 몸을 터는지 아님 그저 비에 바람에 몸을 맞기고 있는 것인지..
어느 시인의 싯구가 생각납니다.
"제 몸의 수분 다 뱉어낼 때까지
좀처럼 수평이지 못하는 외줄에 매달려 형벌처럼 몸부림 치는..."
대충 이런 구절이었는데...
요즘은 다들 녹안드는 재질로 잘 만들어진 빨래줄을 쓰니까
빨래줄에 널린 빨래를 보고 그 시인같은 멋진 구절을 떠올리지 못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바다입니다. 다른 생각에 달리는 것조차 잊고 있는 동안
어느새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내 눈을 가리는 안개인지... 저 멀리 바다를 가리고 선 안개인지...
하늘과 바다가 한가지 색으로 도색된 평면인 듯 보이고
내 키만큼, 꼭 그만큼의 높이에 그어진 옅은 선... 수평선이겠지요.
바다의 끝이고 하늘의 시작이겠지요.
가도가도 닿은 수 없는 곳... 사막의 신기루마냥
여기다 싶으면 내가 온만큼 멀리 도망가 있는...
또다시 가다보면 가다보면 어느새 내 뒤에...
오늘처럼 흐린 날이면 저 곳은 더욱더 멀게만 보입니다.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시선을 돌려 내 발밑 봅니다.
내가 서 있는 곳... 성긴 모래 사이로 빗물이 들어차
발자욱마저 힘겹게 그려지는 백사장... 내가 지금 선 이 곳...
어떤 곳에 서있든 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는 이런 느낌...
비슷하겠지요.

북쪽하늘에도 바다에도 이 비가 내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고...
발빠르게 김정일 위원장 얼굴 찍힌 T셔츠를 파는 것 말고...
오늘 내가 맞는 비에 북쪽 사람들도 오늘 비온다 함께 말하고...
어떤 날 뜨거운 태양, 북쪽 사람들도 함께 덥다 하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 함께 말하는 그런 통일이었으면...
오늘같은 잔잔한 비에 저절로 눈감기듯 그렇게 만났으면...

비 때문인지 바램 때문인지 절로 감기는 눈,
감은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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