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 우유팩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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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게 사랑인줄 알았어......
불도 않 꺼주는 2시간 편의점의 냉장실 한 칸에서
며칠째 잠도 못 자고 누군갈 기다리고 있었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모두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어.
나를 선택할 누군가가.......
문을 닫지 않는 이 편의점엔
많지는 않더라도 드문드문 필요한걸 찾아서 손님들이 오거든.
조그만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쳐다보다가 손을 내미는 거야....
하지만 내 옆에 있던 딸기우유를 집어선 활짝 웃더니 계산대로 뛰어가
"엄마! 나 딸기우유!"
밖이 무척 어두워졌어.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환하게 밝아.
아까도 말했지만 여긴 2시간 항상 열려있어. 누구든 들어와서 우리를 선택할 수 있지.
이번엔 커다란 키에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사람이 비틀거리며 들어와..
눈이 참 슬퍼 보인다 생각했어...
아르바이트생에게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지 "예?" 하고 되물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그는 다시 비틀거리며 여기저기를 찾아다녔어.
무얼 찾고 있을까?
혹시 내가 도와줄 순 없을까?
놀랍게도 그가 나를 선택했어.
나를 꼭 쥐더니 계산대로 가더군.
그의 손은 술기운인지 무척 따뜻했어.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편의점 밖으로 나갔어.
며칠만에 보는 세상인지......
봄비가 소록히 내려서 우리의 몸이 젖고 있었지만
그는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듯
비틀비틀 목적도 없는 듯이 어디론 가를 향해 걸었어.
걷다가 지쳤나봐.
손이 무척 따뜻한 그는
근처 계단에 털석 주저 않더니 나를 멍하니 쳐다보는 거야.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눈빛으로......
그리고는 꼭 닫혀있던 나를 열었어.
사실 나는 스스로 닫혀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어.
그가 열기 전까지는........
그리고 내게 입맞춤을 했어.
알아.. 이젠, 그것이 아무런 의미도 아니었다는 걸
하지만 그땐 사랑인 줄 알았어.
술로 아픈 몸은 우유로 달래줄 수가 있어.
우유는 내가 가진 전부야.
난 그에게 내 모든 걸 주기로 결심했어.
그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고 싶었거든
이제 그의 입술로 우유가 흘러 들어가...
그에게 줄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어.
하지만 행복은 한 순간.
그렇게 될걸 전혀 몰랐던 건 아니지만,
난 곧장 버스 승강장 앞 쓰레기통 옆을 한번 맞고는
옆으로 튕겨 나와 길바닥에 버려졌어.
후훗....
길바닥에 버려졌어.
우유가 없는 난 아무 의미가 없어.
우유는 나의 모든 것이었어.
이젠 누구도 기다리지 않아.
이젠 줄 것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를 원망하느냐구?
나 여기 초라한 모습으로 누워서 이런 생각하고 있어...
내가 그의 작은 위로라도 되었을까?
그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사실 궁금해 할것도 없어.
그는 밝아오는 저 해가 기울기도 전에 술이 깰것이고,
나의 우유가 그의 쓰린 속을 조금은 위로해 주었을 지언정
깨는 술과함께 곧 나를 잊을꺼야.
나는 그의 마음에는 어떤 위로도 될수 없었으니까...
해가 높아지고 바쁜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내 몸을 짓눌러.
하지만 아프지 않아.
기다림이 없으니까..
희망도 미래도..
다만 사랑인줄 알았던 하룻밤의 추억만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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