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사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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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적에도 종이 인형을 예쁘게 오려 이옷 저옷을
입혀가며 하던 그 인형놀이를 나는 다른아이에 비해 더 좋아했다.
왠지 모르게 그 예쁜 종이 인형에 나인것처럼..
내가 설정하는 인형놀이의 주제가 나의 인생인냥.. 꾸며대며..
아무튼 난 그 인형 놀이를 무지 좋아했었다.
그 종이인형을 내게 물려준 사람이 있었다.
"애랑언니"
나와는 엄청난 나이차이 임에도 불구하고 언니를 잘 따르는 날
애랑언니는 무척이나 귀여워 했었던것 같다.
언니의 집은 바닷가가 바라다 보이는 동네 귀퉁이..
3년이 넘은 팽나무가 있는 동네 어귀에 자리잡고 있었다.
언니네 집과 우리집은 무지 떨어져 있었지만..
난 담쟁이 넝쿨이 담벼락가득 파랗게 올려진 그 언니집에 놀러가는게
무지 좋았다.
언니네 집에 가면..
아버지들이 드시는 아로나민 골드 상자 가득이
예쁜 종이 인형들이 2명도 넘게 있었으니까.
언제든지 내가 좋아하는 예쁜 인형을 가지고 놀수가 있었다.
미미. 세라.
시골의 복순이며 순단이며 하는 촌스러운 이름이 아닌..
티비에서나 들어 봄직한 세련된 이름을 붙여 가며..
난 애랑언니 집에서 종이 인형 놀이를 하곤 했다.
하루는 언니의 가방에서
아직 오리지도 않은 예쁜 종이인형 그림이 잔뜩 나오는 것이었다.
난 그 인형을 내손으로 오려보고 싶었지만.
언니는 내게 그걸 맡기지는 않았다.
난 언니 몰래 언니의 그 새 종이 인형을 가지고
집으로 달려 왔다.
첨으로 누군가의 물건을 훔쳤다는 죄책감도 있었지만..
마냥 좋기만 했었다.
철이 없었으므로...
그런데.. 그만 다섯살짜리 어린아이가 하는 일이 다 그렇듯이.
언니의 종이인형을 내가 잘오릴수 있을리가 없었다.
잘라서 가지고 놀다가 갖다 줘야지 했는데..
그만 인형의 손도 잘라버리고.. 아차하구 당황하는 사이
목두 잘라버리고..
눈물이 나올려고 했다.
난 그날 인형을 다 망가트려 놓고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 뒤부터..
난 언니네 집에 갈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어린 맘에도 "도둑이 제발 저린다구" 그런 심정이었으리라..
며칠이 지난후
언니가 아로나민 골드 상자를 들고 우리집에 찾아왔다.
나는 언니를 볼수가 없어서. 뒷집 골방에 숨어서 엄마에게
나 없다구 해달라면 엄마에게 거짓말을 시켰다.
언니는 엄마에게 무언가를 맡기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가 내게 건네준것은
언니가 그동안 모아왔던 그 종이 인형들
상자 가득 수북히 쌓인 예쁜 인형들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난 무지 기뻤지만 언니에게 사실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짝짝으로 신발을 싣고서 언니집으로 뛰어 갔다.
그런데 언니는 집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는
내게 말했다.
"해련아! 그거 너가지라고 갔다 준건데 ..
왜 가지구 왔니?
"사실은 언니 네가 언니 인형 훔쳐갔었어. 갔다가 줄려구 했는데.. 그만 목이 잘리구 그랬어.."
나는 울먹이며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는 빙그레 웃으며
"알아! 너줄려구 했었는데 뭐..
하는 것이었다.
난 너무나두 기뻐서 언니에게 인사두 제대로 못하고 집으로 뛰어 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언니네 집에 놀러 가기 위해 팽나무 아래를 지나가는데..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서 목청을 높이며 이야기 하고 계셨다.
"아 밤중에 짐을 싸서 도망을 갈줄 누가 알았겠냐고..
"글쌔, 김 양식하느라 빛을 많이 졌다지뭐요"
"그런다고 동네사람들에게 말도 없이 야밤 도주가 뭐요"
"그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 사람이 돈앞에서는 핏줄이고 뭐고 안따지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애랑언니는 내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떠난 것이다.
언니가 아끼던 종이 인형을 내게 주고서..
바보처럼 내게라도 말해주고 가지.. 나는 언니가 밤중에 몰래 배를 타고 떠났을
그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멍하니 그렇게 서있었다.
이제는 종이 인형은 사라진지 오래다.
스티커 사진이니.. 플라스틱 눈을 움직이는 인형이니
말하는 인형이니 ..
내조카들도 내가 종이 인형 이야기를 하면..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바라본다.
하얀 스케치북 위에 그 옛날에 종이 인형들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 본다.
잘 생각나지 않는 애랑언니의 얼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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