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기억##3 (삐비와 뽈치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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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바라보면 누군가가 분홍색 물감을 엎어버린듯. 그렇게 물들어 있었다.
봄이오면 우리들은 누가 뭐랄것도 없이 산으로 들로 그렇게 쏘다녔다.
시골에서 자라난 사람들이면 알수 있을까..
삐비라는 풀..
요즘은 껌을 씹지만..
삐비는 시골에서 자란 우리에게 껌과두 같았다.
단물을 빨아내고 나면 껌처럼 쫀득 쫀득해지는...
봄이되면 그 삐비를 뽑기위해
우리는 모두 염전둑으로 뛰어가고는 했다.
넓은 염전과 바다를 가로 막고 있는 그 거대한 언덕..
삐비가 지천으로 깔린 그곳에서 우리는 삐비를 치마가득 뽑아오고는 했다.
아직 다 여물지도 않은 그 작은 삐비를 뽑느라 모두들 뚝가에 없드려선..
그 무렵 우리에겐
작은 아르바이트 거리가 있었다.
용돈이 궁한 우리들에게 작은 뽈치고동은 심심챦게 몇백원씩을 쥐어주는 그런
아르바이트 거리...
하지만 하루종일 바닷가에 쭈그리고 잡아도 한되나 잡을까 말까하던
그 뽈치고동은 한되에 칠백원씩이었다.
많이 잡는 아이들은 오천원도 벌고 했지만..
난 그쪽에는 재주가 꽝이어선지 몰라도
바케스 가득 잡아대는 친구들에 비해서 난 늘 바가지로 쬐금정도였으니...
돈을 받아 나올때 쯤이면 기가 죽기는 늘상이었다.
그런데.. 그 염전둑에서 삐비를 뽑던 내가 발견한것은
염전과 바다를 연결한는 갯뻘위에 고동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었다.
쓸어담아도 몇 가마가 될듯한,,
난 너무 기뻐서 다른아이들에게는 모르는척하고..
가장 친한 친구 몇이 다시 그 염전을 찾았다.
갯벌위에 펼쳐진 돈들을 쓸어 담느라(팔면 돈이 될것이므로)
옷은 이미 갯벌진흙으로 더러워질대로 더러워 졌지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날이 어두워 지는줄도 모르고 그렇게 주어 담았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고동을 잡아서 의기도 양양하게
고동을 사주는 아주머니댁에 갔다.
차두를 질질 끌고서...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우리의 고동을 보시며 대뜸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이란..
"느들 이거 염전에서 주어 왔냐?
"예"
"이거는 못먹는 것이여"
"무자게 쓰고잉 고동안이 순 뻘이여"
"뭐한다고 이라고 못먹는 것을 많이 잡어왔냐잉"
우리는 그날 다 젖은 뻘옷을 엄마 몰래 빠느라 고생해야만 했다.
"해련이 니가 하는일이 다그러치뭐잉"
"내 다시는 니가 하자믄 안할것이여"
친구들의 원망을 들으며 그날밤 꿈에서도 나는 그 고동을 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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