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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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인간을 사랑하시고 아끼시는 하나님...'
괴로운 감은 눈을 번쩍 뜨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쳐 앉았다. 하지만 마음과는 상관없이 눈물이 뚜루룩 흘러 버렸다. 작고 쳐진 내 눈은 눈물을 한껏 고여내어 참을 사이도 없이 그렇게 빨리 흘러내어 버린다. 오히려 다행이다. 누가 볼 새라 얼른 휴지를 꺼내어 턱 주위를 닦았다. 얼굴로 눈물이 지나간 자리는 벌써 거의 다 말라 버렸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정말 한 뼘도 안 되는 깊이지만 도저히 진정시킬 수 없는 깊은 곳에서 전해져오는 통증이다. 파란 바다의 심연 어딘가가 검붉은 빛깔로 뒤엉켜 있는 느낌..... 옆에 있는 친구가 우스개 소리를 하자 사람들이 제각기 큰 소리로 웃고 있다. 무슨 말인지 듣지 못했지만 그저 그 웃음소리에 섞이고 싶어 나도 웃었다. 그리고 잠시 정적.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얼굴 그 표정이 마구 지나간다. 동시에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마구 흐른다. 다시 고개를 숙였다. 머리카락이 쏟아져서 내 양 볼을 가린다. 머리가 길어서 다행이다. 다시 마음으로 다른 생각으로 달래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눈물은 더욱 주체 할 수가 없다. 눈물샘이 뚫려 버렸는지 그저 눈물만 하염없다.
"어머! 너 지금 우니?"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눈치를 챈 것 같다.
"아니야. 요즘 나이가 드니까 이상해. 하품만 하면 눈물이 난다니까."
저쪽 어디에서 맞장구를 친다.
"언니! 하품하면 눈물 나는 건 어려도 그래요."
"그래?"
그저 바보가 되는 길을 택하고는 씨익 웃었다. 이젠 괜챦아 졌다. 정말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스물 여섯의 첫 사랑
내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올지 몰랐다. 이렇게 아플 줄 몰랐던 것처럼......
그를 미워하리라, 그리고 용서하리라 다짐한지 일년이 다 되어가지만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추억들을 쌓아버렸는지 그의 얼굴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사랑의 시작은 너무나 달콤했지만 내 가슴에 들어가서는 딱딱하게 굳어져서 맘에 돌이 되어 아프게 하고 닫히게 하고 오랫동안 머물러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내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다.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나였다. 상처 받기를 두려워 해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나였다. 내 자신이 변하면서 까지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태 남들 쉽게 하는 귀도 뚫은 적 없고 악세사리며 옷가지들도 좀처럼 사지 못하고 고집스레 있었던 터였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 대학 다니는 동안에도 기회는 많았지만 아무도 사귀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그 사람을 보았을 때 내 모든 이성이 무너 지는걸 느꼈다.내 머리 수치로 아무리 에누리를 해도 깨질 확률이 %이상이었다. 하지만 친구도 배신하고 시작을 하고야 말았다. 사랑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난 정말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사랑은 정말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모든 옷에 빛깔을 주고 모든 유행가에 생명력을 주며 내 가치관과 습관까지도 바꾸어 버리는 무척 신비한 것이었다. 작은 전화소리에도 긴장을 하게되고 내 생활의 모든 움직임을 흐트려 놓는 사랑은 갑자기 찾아온 마술 같았다.
그가 떠나갔다. 아니 내가 떠나갔다. 이별이란 누군가 떠나 간 것이 아니라 떨어져 있는 그 상태이면 떠난 사람과 떠나 보낸 사람은 그저 그랬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와 표정이 자꾸만 떠올라서 나를 아프게 한다. 잊자.....그를 용서하자. 나를 용서하자.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그런 사랑을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 열정과 이별과 배신과 그 모든 것들을 다 알게 했던 그 사랑......이제 다시 복습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다.
그가 언젠가 말했었다. 사랑을 한번쯤 해 본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고. 이제 그 말뜻을 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목을 좌우로 몇 번 흔들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가서 다시 앉았다. 늪처럼 빠져드는 그이 생각에서 헤어 나오고 싶다. 한번씩 이럴 때마다 마지막이려니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가방을 들고는 교회를 빠져 나왔다. 하나님께도 친구들에게도 미안하다. 예배가 마친 후 비어있는 시간 동안 그저 그의 기억을 가릴만한 것이 없어 자꾸만 생각났던 것 뿐이다. 하늘은 맑았고 공기도 깨끗하다. 숨을 한껏 들이키려다 바람이 차서 멈칫 했다. 바람이 내 코에서 가슴팍까지 들어와 더욱 시리게 하지 않으려나 염려가 되었다. 옷을 슬쩍 여미고 다시 움추렸다. 외롭다. (외롭다는 한마디가 내 이런 마음을 담아 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하나님이 뻔히 나를 바라보고 계실텐데도 염치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소리 없이 그저 입만 살짝 웃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닿아 내 입이 이 모양 그대로 굳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다. 다시는 오늘처럼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철없이 또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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