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차 한잔 마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보세요
바다, 그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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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부터의 버릇이었던가.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바다에 가서 해가 지도록 거닐다 오곤 했다. 모두들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까만 가죽 옷을 입은 성경을 가슴에 품고는 한껏 은혜받은 표정으로 교회로 향하는 일요일 아침. 나는 어김없이 짙은 베이지색 가방에 노트 한 권과 소설책, 시집 한 권을, 그리고 몇 개의 펜을 챙기고는 바다로 향했다. 내가 부산에 살고 있다는, 그래서 바다가 가깝다는 것이 이러한 습관을 가지게 된 데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다.

바다를 찾으면 항상 먼저 하늘을 본다. 왜냐하면 나는 바다와 하늘을 늘 착각해왔기 때문이다. 나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을 고개 젖혀 쳐다보고는 서서히 고개를 숙여 눈 앞에 일렁임을 가진 바다를 본다. 푸른 빛도 아닌 초록 빛도 아닌 참으로 오묘한 빛을 가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빛깔이다. 그 빛깔은 사람의 눈빛과도 많이 닮았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리고 눈을 가진 이의 마음에 따라서 그 빛깔이 달라진다.
내가 보는 바다의 빛깔은 언제나 나에게 청량감을 준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탄산수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바다를 보면 답답했던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대학교에 입학했던 9년 겨울바다에서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었다. 어줍잖은 표현으로 적어보았던 '소외'라는 시에 그 느낌을 표현했었다. 말그대로 외로움이었다. 물론 바다가 나에게 그러한 감정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지만 바닷가에 앉아 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무언가 떠들며 이야기하는 사람들, 기타를 튕기며 노래하는 사람들...그 모두들로부터 바다는 나를 격리시켜 버렸다. 아니 내가 바다에 빠져버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지도 모르겠다. 바다의 일렁임에 눈이 멀었고, 제 몸을 산산히 부수면서 절규하는 그 목소리에 귀가 멀었다. 나는 그렇게 미쳐있었다.

간혹 바닷가에는 실연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달래러 온다. 물론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표정을 보고 느낄 수 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 할 지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바다에 왔을까 생각해본다. 울적해서일까 아니면 사랑했던 마음을 파도에 실어보낸다는 소위 상투적인 신파 때문일까? 바다에 그런 이유로 찾아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다들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추억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어줍잖은 생각들을 떠내려보내기는 커녕 잊고 있었던 자그마한 일들까지 파도처럼 밀려와서는 발톱 사이에 박히는 모래알처럼 가슴에 박힌다. 파도가 밀려와 모래를 쓸어가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눈에는 그 모래가 그대로 있는 느낌. 그렇게 바다를 찾았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 홀로 결론을 내린다.

지난 주에는 바다에 앉아있다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나보다 살이 많은 여자분이었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바다에 자주 나오시네요." 그녀도 분명 나처럼 바다에 자주 오는 사람이었다. 나는 웃음으로 답례하고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두 잔 뽑아가지고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는 받아들었다. 그녀는 왜 바다를 찾는 것일까? 알 수 없는 궁금함이 밀려들었다.
그녀와 잠시의 대화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떠났고 나는 그녀를 생각했다. 담배 한 대를 물고는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나며 생각했다. 다음에 또 그녀를 볼 수 있기를...내게 어쩌면 친구가 생길 것 같다.

2년 1월 해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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