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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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발차, 그리스 민중 가수, 19년에 태어나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여인을 생각 하며...
가파른 길을 내달리고 있는 여자와 아이의 숨가뿐 하루
를 흐린 하늘은 내려다 본다.
입김을 헉헉 뿜어 내면서 연신 아이의 보폭을 짜증을 내
면서도 어쩔 수 없는 체념으로 이어 졌다.
그런 하루를 계속하게 하는 굴레를 참아야만 모든 것의
안위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년간의 끊임없는 번민과 갈등 속에 지탱해왔던 숭고한
분신을 끌어 안고서 악착을 떨면서 살아 왔다. 거친 음성
으로 발악을 하고, 참을 수 없어 오열하던 그 시간들 만큼,
지쳐버린 어깨죽지만이 덩그마니 남겨 졌다. 갈구해 온 바
램 이었다.
분만에 그 비탈길을 내려 서고 신호등을 기다리며 잠시
나마 탈진한 두 사람은 평온을 되찾았다. 횡단보도를 건너
고 추월해 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깝깝하다고 손가락을 뿌리
치는 아이를 이제서야 알아보는 그 여자는 뭉클 해 오는 아
픔이 느껴졌다. 항상 쫓기듯이 달음박질 하는 것에 익숙해
져 버린 아이에 대한 자신의 질책이 무섭게 와 닿았다.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 서면 지친 듯 앉는 자기네의 신세가
처량할 뿐이다. 아이가 바라보는 시야에는 그저 그런 풍경
들이 대기 했다가 지나가는 자연스런 광경에 움직일줄 모르
고, 조그만 입술을 벌리고 무한정 가만히 있는다.
그 여자는 세상을 절규 해 봤었고, 엄청난 충격도. 배신이
란 단어와도 막연하나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 걸까?
이십대에는 잊어 버리고 살면 모든 것은 사라져 버린다고 순
응 했었다. 조용하면 그만이라고 유일한 사랑에 집착을 했었
다. "영원한 사랑은, 영원한 사랑을 ,영원히 지배하려 한다."
아이와 여자는 끝없이 창 밖을 바라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
1999년, [기차는 시에 떠나네] 아듀하면서...
? 독 수 리 [날지 못하는 새]
그녀는 옳았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지만 눈빛만은 아주
슬펐다. 우두커니 걸어가는 뒷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이 마지막
남은 배려라고 해두자.....
삶에 대한 존재를 각인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꼭 끌어안고
보듬어 주어야 하는 것일까? -알아야 할 것들
1. 소유애
2. 정신적 교류
3. 욕망의 탐식
. 기억된 뇌세포
얼토당토 않은 가엾은 지리멸렬 지구인이 여기 살고 있다고 처얼썩
따귀를 한차레 얻어 맞았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퍼즐 같아서 싫었을 뿐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촛점없는 눈동자에
기다란 속눈썹은 말하는 것 같았다.
- 저도 그랬어요. 그런 기분은 얼음이 녹아드는 찌는듯한 더위... 뭐,
그런 설명이죠.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그 자리처럼 쾌청한 소름이 온몸을 삽시간에
기분좋게 만드는 음성이었다.
? 독수리 러브레터
왜 말이 없니?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보기 싫어.
이 세상의 존재란 의미도 느끼고 싶지 않아?
멀리 보이는 산 정상 위의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숨어있는 호수의
외로움도 하얀백지 그대로야. 잃어버린 것들을 지금 생각해.
청춘의 찰나도 이젠 허무함으로 다가와서 내 곁에 잠시 머물고 가 버
버리는 거야.
목 메일 만큼 침을 꿀꺽 삼키고는 참는 거,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거야.
비록 낙심천만해서 앉아 있더라도 이상도 하지.
유심히 살펴보는 거, 어렵지 않아. 열심히도 바라 봐.
꿰뚫다. 바로 그 표현이야. 한동한 다리를 모으고 두 팔로 감싸 안아서
자세를 고정하고, 눈동자를 풀어 버리고 [마음속을 비워내고 사물들을
흑백TV로 고정해 버려] 집중 또 집중하는 거야. 생각은 그대로 버리는 것,
그대로 탈수된다는 기분이 정말 들거든. 널 알고 있어?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일들을 시작하고 마무리를 끝내는 확실한 스탬프
같을거야. 어려워. 현실적으로 보기에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존재로는
느껴질 수 없지.많은 책을 끊임없이 읽는적도 있을까.또 폭발할 것처럼
우왕좌왕 하거든. 쏟아 오르는 분수같이 음악도 깊이 심취해서 허우적
되는 것도 보았을까? 파르르 떠는 것도, 누군가에 의해 분명 악몽같은
사랑도 미치도록 해서 날 아프게 했었지. 흐리멍덩한 세월의 농간들에
이리저리 치이도록 귀를 닫고 마냥 흘러 다녔는데도 항상 반복인생이
내 가슴 한구석 쏴아하게 낙인이 터억 찍혀 있었지. 네가 조종하고 싶은
삶을 원한적은 한번도 없었어. 그건 어쩔 수 없이 찐득하게 베어 나오는
그림자 같은 현실과 뒤죽박죽 혼동되어서 스스로에게 체념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는 운명론자로 변해버리고 싶었어.
열받는 세계다. 죽을 때 까지 철창없는 감옥 속에 가둬 두고 싶은 내 마음은
정말 보기도 싫은데. 독수리 어떡할까.
새천년에는 영원한 러브레터.
? 부정할 수 없는 까마귀
오래도록 더이상은 나쁜일은 없으리라고 생각 했었다.
이젠 용납될 수 없다는 결론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그래, 내가 살아가는 동안
제발이라고 빌어야만 하는 것일까? 용서라는 단어를 이럴때 적절하게 사용해도
괜찮을까? 아, 모를 일이다. 그런 한낮의 투명하게 시린 너의 치아를 보지 않았더
라면,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너의 들썩이는 어깨를 껴안지 않았다면, 참으로
언제 어느때나 내가 있는 방향으로 너는 돌아가고 있었던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도망자가 되었을 것이다.
원망만 하고 있는 나를 찾아서 헐떡이며 뛰어오는 너의 길다란 머리카락의 숭고한
사랑을 확인한 순간 드디어 나는, 그 모든 쾌락들의 공간속에 파묻혀 엎드려 있는
자신을 꺼집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로 힘겹게 나를 따라오던 해바라기 같은
네가 자살을 하다니, 암흑과도 같은 세상에 갈기갈기 찢겨진 흔적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 팽겨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리라 안심했는데, 아니라고 그 얼굴의
납빛색을 대하는 동안 숨막히는 공포가 휘돌아 가는 인정사정없는 현실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 눈빛으로 벤취에 드러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감상한다며 마냥 입을 벌리고
열심히 이야기하는 네가 너무나 숨막히도록 그립다면 믿어 주겠니?
커피 자판기에서 따뜻하게 해준다면서 슬쩍 입술을 훔치던 네가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다고 하면 돌아와 줄거니?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때 눈물은 끝장이 나도록 흐를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보통은 다시금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힘들거라며 위로 해주던 걸, 술을 미치도록 벌컥벌컥
퍼 마시다가 의식을 잃고 까무라치면 곤히 잠들어 버리는 거 아닌가, 대체 어쩌다가
현실속에서 살기를 느끼게 되었을까? 안돼, 이 이상더 버티다가는 그냥 가볍게 산책하다가
죽어 버리는 시늉을 하게 될런지도 몰라. 가차없도록 끓는 욕망의 본능을 잠재울 수 없게
된다면, 그 때는 네가 웃으며 따스한 가슴으로 온기를 불어 넣어 안아 줬으면 한다.
지난 일은 잊어버리면 되겠지. 앞으로 시작되는 세계에서라면 열심히 아주 소중히 곁에
지켜 줄께. 짧은 순간 네가 날 선택한 것처럼 함께 하겠어.
까마귀와 백조가 만났을 때. 우습다. 하하하,깔깔깔...
? 닮은 꼴, 쫓아가다.
정류장 앞에 우르르 서 있는 여러 타인들을 헤치고 세치기하는 "선그라스 맨"을 쫓아
허둥지둥 쫓아 갔다. 경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가르쳐준다고 하며 친절하게 내 자리에
가방을 가져다 주었다. 그 때는 착하고 인정많은 아저씨였던 것이다.
불룩불룩 튀어나온 두둑한 가방을 쫘악 열더니 가면서 읽을거리, 과자종류, 의류하며
잡동사니들을 적당히 헤치더니 CD를 터억 꺼내 놓고는 같이 이어폰을 꽂자는 거였다.
여행하는 기분은 이런 때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 하면서 귀에 갖다 처억 눌리는 것이다.
과장된 말을 하면서도 음악은 "안드레아 보첼리"[Time To Say Goodbye]선율이 아름
답게 흘러나와 웃음짓게 만들었다.
선그라스 맨은 자칭 백수라고 했다.
직장을 다닐 때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서 영업을 하는 게 편했다고 했다. 장거리 영업을
하는 동료들과 적당히 얼큰하도록 취해서 다음날 일을 하려고 해도 건강이 안 좋아진
그 사람들의 몫을 해야만 될 그런 날이 반복되면서 시큰둥해지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은 착한 이 남자가 도맡아 하면서도 집안에 경조사가 생겨 일을 할 수
없게 되어도 어느 누구 선 뜻 대신해 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가엾게 여긴 적은 그 날이 처음 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날로 그 직장을 나와서
막일도 하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도 했는 데, 더이상은 진절머리가 나서 이렇게 버스를
탔다는 것이다. 선그라스 맨은 사뭇 즐거운 허밍도 하고 날 보며 입술을 씨익 벌리기도 해서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집을 나서기 전 그 동안 한 번도 따스하게 대해준 적 없는 동생이 따라 나서며 물었다.
-기분이 안 좋으면 꼭 연락해. 내가 갈께.
-고마워. 걱정하지마.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서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을 지나고, 부산역을 지나고, 멀 건 하늘을
바라보다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까닭모를 슬픔이 잠시 눈빛을 흐리게 했지만 표를 끊으려
발길을 돌리던 때 였다. 신문을 펴 들고 자리를 깔 던 선그라스 맨을 보게 되었다.
참으로 웃긴 사람이 분명했다. 사파리를 입고 투욱 눌러 쓴 모자는 영낙 없는 각설이가 생각
나게 했다. 피식 웃으려는 내 모습을 그 예의 선그라스 맨이 보았는지 이리로 지나오며 화장실
갈테니 이 가방 좀 보관해 달라는 것이다.
스쳐 지나가며 짧게 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나를 보고 그런 것 일까? 주위에는 시끌벅적한
소음만 가득할 뿐이었다. 잠시 후 우두커니 서 있는 내게 가지런한 이를 보이며 그가 나타났다.
잠시동안의 즐거웠던 시간은 번개같이 지나가고 이젠 헤어진다는 두려움에 소스라쳐 창밖만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생각을 하지 말자. 그래. 그냥 웃으며 헤어지는 거야? 근데, 왜,이 선그라스
맨이 신경 거슬리게 하는 것일까? 차라리 나 혼자가 더 나은데......
- 뭐, 고민 있으면 말해. 내가 이래뵈도 상담 하나만은 잘 들어주거든.
- 없어요. 저는 그 딴거 안 키워요. 적성에 안 맞아서.
- 그래도 작은 건더기라도 있을거 아냐. 나도 뭐하러 너에게 주절거렸을까 몰라. 응.
- 아저씨는 정말 눈이 매우 작을 것 같아요. 그렇게 보이는데 안 그래요. 히히히...
- 웃음이 왜 그래. 맞아. 어떻게 알았어. 아까 봤지 몰래.
- 어서 벗어봐요. 그 선그라스.어서요.
- 얼씨구. 숙녀한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벗으라니, 뭘, 벗어. 해 봐. 여기서.하하하
- 아니, 무슨 그런... 정말 이상한 아저씨네 그래.
- 누가 더 그런가 물어 봐.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하하하
- 별 싱거운 소리 다 듣네. 오늘은.내 참.그만 두죠. 아.저.씨.
- 나중에 내려서 마저 얘기 하자구.오케이.
출발 했던 버스가 경주 터미널에 도착했을때는 오후가 훨씬 지나 있었다.
같은 목적지도 아니었는데도 선그라스 맨은 기꺼이라는 표정으로 따라와 주었다. 미련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새로 얼마나 빨리 날쎄게 빠져 나가는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선그라스 맨은 한참을 가서야 멈춰 서서 큰 목소리로 불렀다.그것도 옆에 사람들이 들어라는듯이
- 어이, 쌕시. 빨리와. 오늘 왜 이리 힘이 없을까?
질 수 없다는 듯 나도 응수 했다.
- 기다려요. 낭군님. 그렇게 급할 것 없잖아요. 밤은 아주 긴 데...
- 아! 그렇지. 쌕-시.
주위에 사람들이 오자미 경기를 하려고 우르르 모여든 것 처럼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연신 불러대고 저마다 한마디씩 야한 소리를 하고 지나 갔다.
선그라스 맨은 한 손을 올리더니 타 -악 내 손 바닥에 페딩했다. 그리고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갑작스레 그 선그라스를 빼는게 아닌가.
- 아저씨. 가 아니네요?
- 너무 뿅 가면 안 돼. 아저씨라며. 으 하하하...
잘도 웃고 잘도 농담하는 안하무인 성격이지만 처음으로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어서 가슴이 두 방망이를 쳤다.아니 이런 관계로 대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일게다.
역시 다시 봐도 잘 생겼잖아. 이거야. 원 복에 겨운 거 아냐. 지금 나에게는.....
? 깊은 강을 따라 가보면
골목을 깊숙히 더욱 깊숙히 따라서 걸어 가 보았다. 뜻하지 않은 난감한 방향감각에
삐죽 거리면서 별세계의 우주인이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오른쪽을 향했다.
작은 구멍가게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들도 점박이 강아지도 잊어 버리고
삭막 해져버린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기뻤다.
허둥지둥 뛰쳐 나올때는 이 세상이 끝날것처럼 생각 되었는데 이젠 알지도 못하는
동네에 와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니 좀체 엉뚱할 뿐이다.
시험 성적표를 냅다 던지며 이구동성으로 "학원에서 더욱 열심히 공부해!" 진절머리
치듯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언제 부터인가 부모님은 신이 되어 버렸고 나란
인간은 불성실한 존재로 자리매김해 버렸다.
훨씬 더 이전에는 리모콘에 의지해버린 나약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친구가 없어지고 주위에는 범생이가 범생이를 까고 익숙한 세계에 안주해 버렸다.
밤마다 가위에 눌리는 꿈에 서서히 현실은 말라버린 사막이 되어 갔다.
제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충동에 미친듯이 편지를 적었다.
그리고 새벽만 오면 편지를 들고 우편 배달부가 되어 전혀 알 수 없는 동네에 편지를
부치고 왔다. 한달이 지나가도 변함없이 편지를 적었고 또 부쳤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 왔을 때 매번 부치는 그 집으로 걸어 가는데 부시럭 거리며
골목에서 단발머리 여자애가 뛰쳐 나왔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날쎄게 뛰었다.
한참을 달음박질 하고 나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어느새 단발머리가 가까이 있었다.
말문이 딱 막혀 멍하니 바라 보았다.
- 네가 혹 다른 생각하고 있지나 않나해서 궁금 하더라.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 괜찮아. 처음 편지 받아서 이상한 기분이었는데 발신인이 없어서
장난편지라고 그냥 읽었는데, 자꾸 궁금해 지는거야. 그래서
이렇게라도 기다려 본거니까. 내가 더 미안할 따름이야.
- 아니, 아닙니다. 제가 더욱 못난 짓을 한거라. 기분 나쁘겠죠.
- 같은 고등학생인데... 너무 그러지마. 이젠 편지 안 할거니?
- 예.
_ 편지 적지말고 이젠 만나서 이야기 할까?
골목을 다 지나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기다리고 있을 은숙에게로 황급히 뛰어가는
나 자신에게 부치지 못했던 편지가 되어 날아가고 있음을 숙연하게 감사했다.
세? 자동잠금 세?
그 아저씨에 대한 감정은 그냥 "NO" 라고 적혀 있다. 작은 무역회사에 같이 입사동기
"호수"는 간단하게 거절하는데는 작두라면 알만 하리라. 성격은 야시리 멋진데 한번
어긋나면 물불을 안가리고 초전박살 천리마 이다. 그래도 야외 봄소풍이면 분위기 메이커
라고 스스럼 없이 다들 "호수"를 추켜 세우기에 바쁘다. 자칭 솔로라고 해서 사무실 직원
중에는 "호수"를 위한 세레나데를 열렬하게 해도 일주일을 넘기기는 어려웠다.
뜨거운 눈총에도 이력이 난 "호수"는 남자를 소개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하고 끊임없이
짜증나게 했다. 이 남자도, 싫어. 저 남자도, 싫네. 이러니 싫고, 저러니 해서 싫어서
내가 알고 지내던 남자를 다 걷어차다 마지막 조금은 험상궂지만 마음씨 착한 그 아저씨를
핑크색 포스트지에다 " NO " 라고 적은 것이다.
날렵한 글씨로 "이젠 내가 알고 있는 남자는, 너에겐 국물도 없을 줄 알아!!
건네 받은 "호수"는 싱긋 웃으며
- 자동 잠금 !!!
지금 뭐라고 했니? 저 "호수"는 정말 여우라고 밖에 할 수 없다.
- 자동 잠금 ??? 이라고 했어. 호수 너란 여자는 친구라고 하기 싫다.
그렇게 당하고도 그 자동잠금 씨를 꺼다 붙이니!! 여기에 !!
- 자중해라. 얘는 지금 갑자기 생각 났을 뿐인데, 너무 오버 하지마.
그래, 입사동기 때부터 나, 호수, 그리고 자동잠금은 항상 찰떡궁합 이었다.
찍기부터 시작해서 고단수 업무는 나와 자동자금이, 흐린 사장님 기분 띄워서
유명한 갈비집이며, 단란주점, 나이트 클럽을 원정하며 순회 서비스차원의
일익 담당은 야시리 호수 였다. 말재주도 엄청나고 순발력도 위기조성도 발라드하게
세리 눕히는 그녀를 흠모한 "자동 잠금"은 베일에 싸인 의문의 남자였다.
IMF 한파를 넘기지 못한 거래처 회사들은 도미노처럼 서러져서는 그것으로 끝이었을 때
우리의 작은 무역회사는 너무나 작았기 때문에 IMF가 잊어 버리고 지나가 버리는 우연에
걸려 행복하게 되었더라는 것이다.
나 호수 자동잠금 은 사장님 없이 누구나 다 "쏘기"로 하고 호프집을 향했다.
세명은 원샷을 외치고 마시고, 또 원샷을 외치고 마시고, 그러다 호수가 " 나, 화장실"
했을 때 비로소 모두가 만취상태임을 알았던 것이다.
누우려고 하는 나를 자동잠금은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 그만 서로의 입술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그 부드러움을 같이 공유한 얼취한 나와 자동잠금은 텅빈 호프집을 무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부시럭 거리며 다가온 호수는 순간 낭패한 모습을 한 나와 자동잠금
을 뚫어져라 보며 야시리 삐죽 거렸다.
- 자동잠금, 왜 그런 떫은 감 먹은 얼굴이야?
- 묵묵한 우리의 자동잠금{ 절대 말 안한다 주의 }.
- 끝까지 반항한다 이거지. 그럼,
나도 뽀뽀한다. 의 !!!
- 아냐. 아냐. 실수. 실수.
호수 양은 두손으로 자동잠금을 일격에 멋진 뽀뽀를 날려서 주눅들게 만들었고,
도리도리하는 나를 인정사정 볼것 없이 뽀뽀를 해치워 버린 것이다.
그 날이후 나와 자동잠금은 술 자리를 마땅히 피하고, 더더욱 호수양의 비리를
만 천하에 폭로하려고 했으나, 자동잠금은 그래도 호수양에 대한 비밀을 업숙
하게 지킬것을 다짐했다 어쨌다나 하며 차일피일 미루었다.
결국은 나,호수, 자도잠금은 그 날을 회상하며 호수의 비겁하지만 뽀뽀에 대한
선망의 피날레를 마쳤던 것이다.
호수양은 자동잠금만 보면 뜨거운 시선으로 입술을 날려 보낸다.
뜻하지 않은 자동잠금은 이젠 서두를 것 없다는 지긋한 싸인을 해 준다.
그 사이에 끼인 낙동강 오리알 얄궂은 신세는 지금도 다른 회사로 가 버린 자동잠금을
잊어 버리게 됐는데, 또 호수양이 그 자동잠금을 보물찾기처럼 비밀번호를 알아 낸
것이다. 자동잠금은 호수양의 신체사이중의 하나를 사용한 것이래나 뭐 래나???
나, 호수, 자동잠금 오늘도 내가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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