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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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아마 그는 오늘 안오려나 봅니다.
오늘 검사 결과 나온다고 술한잔 하러 여기에 온다더니만..
결과가 신통치 않은 모양입니다.
피곤한 마음에 그냥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디오를 sleep에 맞춥니다.
아련한 조수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잠이 듭니다.
잠결에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립니다.
주섬 주섬 전화기를 찾습니다.
..여보세요..
..여기 극동아파트 앞에 술집이야..
..데리러 와..지금 빨리..
..알았어..택시타구 가서 자기차 내가 가져와야게따..쩜만 기다료..
옷을 입습니다.
아니 그냥 잠옷위에 청바지하나 점퍼하나 걸칩니다.
택시를 탔고 그에게 갑니다.
..에휴..술냄시..어지간히좀 마시징..
..빨리 가자~..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오자 마자 샤워를 합니다.
수건을 꺼내 줍니다.
둘이 누워 얘기를 합니다.
..집에 가려구 햇는데..
..음주단속 심하다고 하잔아.
..그래서 전화햇어..
..치..죽어도 나랑 있구 싶어서란 말은 안하네..
..빨리 자..낼 늦어..
곧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끔 중얼 중얼 잠꼬대도 합니다.
난 잠이 안옵니다.
늘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잠이 안옵니다.
그저 잠든 그의 얼굴만 바라 봅니다.
잠든 그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집니다.
버릇입니다.
그리고 이불을 끌어당여 내 목위까지 덥어줍니다.
이것 역시 버릇입니다.
그리곤 다시 잠이 듭니다.
알람소리에 눈이 떠집니다.
발로 그의 다리를 툭툭 찹니다.
..알람좀 꺼..언능..
조용해집니다.
그러다 눈을 떻습니다.
7시반입니다.
..헉..일어나..일어나..지각이야..
그래도 그사람 누워서 그저 빙긋이 웃습니다.
..괜찮아..어제 검사결과 잘나와서 술한잔 한거 사람들이 알아..9시반까지만 가면 돼..
..휴..놀랬자너..바부..그럼 말을 해야지..
씻습니다.
그 사람이 씻을 동안 전 양치를 합니다.
그사람이 나오고 제가 들어갑니다.
김이 모락 모락..수건을 머리에 말곤 나옵니다.
멀끔한 양복 차림에 그..언제 봐도 멋있습니다.
막 씻고 나온 저를 흘끗한번 봅니다.
볼에 뽀뽀를 하곤 출근잘해..나가버립니다.
멍합니다.
잠도 한 이틀동안 못잤고..온몸이 뻐근 합니다.
주섬 주섬 옷을 챙겨입고..거울한번 보고 출근을 합니다.
이제 또 한 일주일동안은 얼굴 보기도 힘들겁니다.
물론 밤사이 자세히 봐둬서 잊어버리진 않겟지만.
그래도 일주일동안 그리워해야 합니다.
문자 나 보내고..힘들게 전화통화를 하고 그렇게 지내야겠지요.
어제 얼핏 들은 말이 생각납니다.
..우린 엇갈린 인연인가? 그런건가?..
난 술을 마신 그의 모습이 좋습니다.
늘 팽팽한 긴장에 쌓여 잇는 그의 모습보다는 약간은 풀어진듯한..그래서 더 편해 보이는 그가 좋습니다.
..자기야..담에 술마실때는 아주 맛이가게 먹어 버려..알았지?..
..그렇게 술취해 전화하면 누구세요? 하고 끊어버리려고 하지?..
..바부..잠이나 자..빨리..
우린 서로 미래에 대한 약속 같은건 안합니다.
그냥 시간 날때 만나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사랑도 합니다.
내 친구들은 그런 저를 부러워 하죠.
자유스러운 삶..얽메이지 않는 삶..
하지만 이제 나이를 하나 둘 먹어가고..곧 서른이라는 곳에 다가갈 전..불안해 집니다.
이러다 훌쩍 가버리진 않는건지..이러다 우리 그만만나 하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진 않는건지..
늘 불안해 하는 내 마음을 그가 알려나 모르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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