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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벌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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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길

새파랗게 벼룬 낫 두 자루
얼린 물병 하나 작은 바랑에 넣고
예초기 짊어지고 길 나선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는 길
생명력 질긴 잡초는 길을 가로막으니
제치고 베어가며
산 속을 헤집는다

독기 품은 사악한 뱀 두려워
작대기로 지축 울리고
행여 벌집이라도 건드릴세라
발자죽 조심스레 옮겨가며
산 오른다

묘택은 높은 숲 그늘에 가려
잔디 밀쳐낸 잡초만 우릴 맞이한다
폭우에 난 상처 붉게 드러낸 체

낫자루 한켠에 밀쳐 두고
예초기는 흙먼지 일으키고
잔 돌멩이 튕겨 가며
시끄럽게 베어낸다

낫으로 종일 할 일
두어 시간만에 끝낸다
조상 님 음덕 전함도 나눔도 없이
서둘러 총총히 길 내리니

가을비 거침없이 내린다
가을가뭄 끝에 내리는 비인지라
온 몸으로 맞으며 속살까지 적신다

이발하듯 단정하게 깎아내고
머리 감기듯 비 뿌렸으니
조상 님은 기뻐하셨을까


2001. 9.
조상 님 묘택 벌초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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