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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우스운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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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 착각

1.
꿈꾸고 있다.
전원을 넣으면 살아숨쉬는 나의 세상.
이제 오토배치 파일을 가끔 숨을 쉴 수 있도록 프로그램 해야 겠다.
하루하루가 자동 부팅되는 넋이 나간 생활이 싫다.
이제 끝없는 어둠에 마구 쫓겨 내 그림자에도 놀라는 내가 싫다.
겨울은 이미 깊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살얼음판인 그리움에 발목이 잡혔다.

2.
컴퓨터 속에서는 겨울에도 꽃이 핀다.
나는 눈을 가슴에 안은 채 백육십킬로의 속도로 터널을 통과하지만
컴퓨터 속에서는 꽃이 핀다.
가사 상태에 들어간 내 호흡을 밀어내듯 호흡하는 반짝이는 커서처럼
나도 마구 가슴뛰고 마음대로 고동치고 싶다.
어두운 바탕화면을 아득히 멀어져가는 그리움으로 남기는 눈부심이고 싶다.

3.
블랙홀이라는 것은 언제나 컴퓨터 속에서만 존재한다.
여름날 애무처럼 끈적거리는 아쉬움으로 전원을 끄고 나면
쉼없이 드나들다 변기 속 물이 빠져나가듯 울컥대는 모니터
이제 살아있는 빛은 다 어디로 가고
그 어두움과 함께 내게는 하루의 피로가 밀려온다.
내일 또 거짓처럼 빛이 꿈틀거리며 살아날 것이다.
웃으며, 모니터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밤에도 나는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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