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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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한 시인이 죽었다.
어감이 예리한 시어가 날을 세우고
발톱처럼 자라나서는
다 찢어진 와이셔츠마냥 가슴을 휘갈겨 버렸다.
나는 넝마주이가 된다. 지친다.
숨을 삼킬만큼 감동적인 그놈을 붙잡기 위해
시상을 돌아다닌다. 지친다.
말라버린 잉크병 속에서 허우적 대는
내 굳어버린 펜 끝을 아쉬워 하며 걷다가
어느 모래바람 부는 사막에서
감동을 뿌리째 뽑아 들고는 뒤흔드는
날카로운 어감의 시어들을 본다.
그 어감의 부스러기들을 하나하나 주워가며
붉은 창살의 사각의 방에 가두고는
고문하듯 쥐어짜고 다듬어서는
어느새 그 속에는 한 편의 시가 완성되고
어감이 예리한 시어들은 날을 세우고
읽는 이의 가슴을 야멸차게 후벼 판다.
어젯밤에도 한 시인이 죽었다.
오늘도 그 어떤 시인이 넝마주이가 되고
또 죽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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