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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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신호등-
어쩐지 모두들 웅성거린다
나는 두 시간을 빨간불만 쳐다보고 있었다
욕 해대며 건너는 답답한 사내들을
속으로 연신 삿대질을 해대며
벌겋게 달아오른 신호등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젠장 신호등이 고장났었다
너무 싼 서점-
어머니의 요리책이 천오백원
아내의 여성지가 천오백원
우리 막내 영어서적이 이천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찔한 그 책이 천원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싼 책을
구경만 하고 사지를 않는다
아직도 의문이지만
그 서점의 주인은 뭘 먹고 사는 걸까
단 하나의 가로등-
사랑니를 뽑고 난 오늘
빈가슴만이 휘파람을 불며 가로등을 깨운다
나는 혀로 이가 뽑힌 자리를 눌러
저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이에게 가려던 말을
수 마디 막아 버린다
씨발, 저 가로등만 지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텐데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하나 밖에 없는 가로등 안에서 수십 개의 불이 켜진다
겨우 가로등을 지나고 불은 하나씩 꺼진다
사랑니를 뽑고 난 오늘 난
우리 동네에 가로등이 단 하나 뿐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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