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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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시끄럽던 아이 소리 사라진지 오래
머리 듬성이 자란 초록 제복 빈번히 시계 바라보고
짐 보따리 곁에 놓은 여자 창 밖을 힐끔거린다
개찰구 문 열리고
속마음과 행동, 비례한 듯
기차는 대합실의 안개 들여 마시고 뱉어
어둠 녹이며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떠난 곳, 다시 어둠 굳어지고
탑승하지 못한 바람, 재빨리 뒤따라 간다
책장 넘기는 소리에도 덜컹 울리는 기차 안
까맣게 얼어있는 지겨운 나무 구경도 없고
돌아가고 떠나는 마음 잠을 깨우고 재운다
코 고는 소리에 떠는 기차
아이의 꿈에 집가는 다리 부서지어, 울음소리
잠자는 설렘도 눈 멍한 아쉬움도 부서지어
스스럼없이 터널 들어가는 기차
부끄럽게 아침을 낳는다
막 눈 떠 어제와 오후를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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