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주소복사

나무둥걸에 서서
밤새 비바람을 맞은 후에
폭풍 후의 순풍같이
그는 떠나갔다.
눈이 되고 싶은 이가 있었다.
다른 이를 끌어안고
혹한 추위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말 그대로 순수한 눈처럼 날아가 버렸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무도 모르는 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서 있었다.
그는 이미 모든 이들과 통제되고 모든 것들과 가로막혀 있었다.
그는 불쌍해 보였다. 하루하루가 외롭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바람이 된 이는 그의 몸으로 그를 감싸고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주었다.
눈이 되어 버린 이는 그에게 그몸 자체를 내주어
환희과 기쁨을 주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소를 띤 채 죽어갔다.
그리고는 날개가 되었다.
날아가 버렸다.
황량한 벌판에 툰드라 이끼만 잔뜩 낀 곳에
메마르고 차가운 투명한 영혼이 서 있었다.
그 어느 것도 그를 깨우지 못했다.
그 어느 것도 그를 채우지 못했다.
그 누구도 그를 일으켜 세울 것 같지 않았다.
날개 된 이가
그에게 찾아왔다.
눈이 된 이도 그를 찾아왔다.
바람 된 이 역시
그를
찾아왔다.
눈이 된 이는
그의 친구들을 불러
영혼의 발 밑의 땅을,
그의 모든 영각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어둠의 땅을, 불모의 땅을
덮어 얼려
언 땅의 메마른 기운이 영혼을 범하지 못하게 하였다.
저 먼 서쪽의 남풍을 타고 날아온
바람 된 이는,
태초 지구의 뜨거운
태화열을 지니고 날아와
영혼의 몸을 감쌌다.
영혼에
몸이 생겨나고,
윤곽이 생기고,
표정이 잡혔다.
눈이 되었던
이는, 눈이 될 때의 그 모든 것을 바쳐
영혼의 피가 되었다.
바람이 되었던 이는
바람이 될 때의 그 순수함으로
티끌하나 이끌지 않고
영혼의 온몸 구석구석
숨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머리에 자리잡고
자신의 몸을 불살라
영혼의 정신, 순수의 주체가 되었다.
날개된이,
지켜보고 있다
그 친구들의 희생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의 몸을 하나하나 분쇄해
피부로 들어가고,
그 고결한 하나의 생명체에 그 어느것도
파고들지 못하게 하였다.
모든 이가 변하고,
모든 이의 갈망과 순수가 결집되고,
모든이의 정신이 모이고
희생이 모여
하나의 인간, 영혼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
이
많은 것에
겨우
하나의 인간이 태어났다기에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누구도 알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눈속에서 찾아낸 순수와
우리의 머릿속에서 찾아낸 수천만의 감정과
우리의 몸 모든 곳에서 찾아낸 수억, 수조의 영적 생명을
느낀다면,
혹 볼 수 있다면,
그 하나에서 이루어진 모든 과정이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느끼게 될 것이다...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