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왕 산 소방도로 외 1편
주소복사

더 깊이 들어 갈 수 없는 산속 절간 같은 오지 시골 집 뒤란엔
종종 노루와 산토끼 내려와 매단 수수와 고구마 퉁가리를 헤쳐
처음엔 찌그러진 냄비 매달아 쫓다 심정 불편해진 아버지는
냄비 떼어내 노루 밥그릇으로 내어 주고 토끼 마른 풀 넣어 주더니
호시탐탐 비린 눈으로 엿보는 오빠에게 집짐승처럼 거두라 명한다.
자갈 골라진 마당을 빼고는 온통 산이고 들인 무청 색 우물 안.
버스 타러 5리 길 장뻘까지 걷느니 두 시간 성왕 산 넘는 게 이문이라
보은하는 노루가 낸 산길은 그나마 맞닿은 문화의 통로였는데
들리는 소문에 산이 뚫릴 거라 하니 전기 톱 소리 정글 같은 곳에 울릴 때까지
믿는 이 전무하다.
우람한 포크레인 산자락 허물 땐 어르신들 심장 소리 더 커 전쟁터 따로 없더니
옴마야, 정말로 산허리 잘라 허연 길이 보이네.
그 길 따라 볼보 위에 피치와 시멘트 날라져 오고 노루 산길 소용없으니
길 낸 이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장마 철 봇물도 제 길로만 흐르는 길가엔
녹슨 냄비가 저 혼자 쨍쨍거리고 소나무 기둥엔 토끼 올가미만 달려 있다.
지나온 길, 가야할 길
무작정 걷다가 어느 골목 어귀에서 널 만났을 때
왜 세상이 환하게 다가 왔는지 아직도 연유를 모르지만
빈 마음에 차곡하게 들어차는 것을 보면서
삶이 한 방향으로 길을 트고 있음을 깨달았다.
마음이 뒤틀려 범람할 땐 이러다 일내지. 하면서도
이미 먼 길 돌아 이정표 하나 세우지 못하고 왔음을 알 땐
용서의 의미도 바닥나 니체가 되어 신은 죽었다하고
지나 온 긴긴 길을 아예 지워 앞길만 보이게 했다.
보라. 지나온 길은 시간이 쓸어 갔다.
가야할 앞길은 너를 사랑하며 버린 무수한 내 분신들이
깎고 다듬어 맨 발인 나를 배려한다.
네가 시의 신만 아니라면 진실로 나는 니체가 될 수도 있다.
네 가슴에 내 언어의 샘이 없었던들 사랑 깊은 나무 또한 없으리라.
그 밝음의 연유를 비로소 알진데, 나의 사람아.
이 굴곡은 어인 까닭이냐?
0개의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