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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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에는
어서 커서 그 우물 같은 동네를
벗어 나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도회를 모르고
서울이 막연히 가고 싶어
초등학교 마치고 서울 갔단 친구가
제일 부럽던 시절이었습니다.
사방을 둘러 봐도 온통 녹색 천지.
새벽부터 한 밤이 되도록
흙에 묻혀 흙처럼 사는 것이
삶의 전부 인 줄 알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걸어도 하루를 꼬박 걸려야
다녀 올 수 있는 장은 성왕산 너머에 있고
그래도 그 길을 따라 흘러 드는 손님 덕에
할머니 비유 살살 맞추며 빼낸 눈깔 사탕은
이웃 집 아이 약올리며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서울은 나의 동경.
전기가 들어오고
문 달린 네모 상자의 흑백 TV가
자꾸 나를 서울로 유혹하곤 했지만
탈출을 감행하기란 너무 어려
개구리처럼 튀어 오를 준비만 하던 그 곳.
과감히 집을 떠나 한동안 늙어 가는 부모 속을 끓여도
그마저 용기로 보였지만
죽은 송아지 끌어안고 며칠을 통곡하던 작은 오빠는
끝내 그 곳에 삶을 심었습니다.
마당가에 제 풀에 녹아 떨어지는 감을
돈주고 사먹어야 하는 지를
뒷곁 복숭아 오가는 이 다 따가도
하나씩 더 찔러 주는 마음이
인심인 줄 몰랐던 그 때.
녹색의 느낌이 얼마나 좋은 줄도
흙에서도 냄새가 난다는 걸 알지 못하던 때.
소쩍새의 소리가 노래인지도 몰랐고
올무에 걸려 잡혀 오는 노루가 당연하고
소고기 대신 겨울 내내
토끼 고기가 만찬이 되어 주던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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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어 서울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동네에 살면서 돌아보는 지금.
보이느니 온통 인공의 숲이고
까치, 소쩍새, 꿩 울음 어디 가고
들리느니 구구구~~~~~비둘기 구애 소리
도시의 갖은 소리 뭉쳐 터질 듯 합니다.
고향 떠난 지 20여 년.
제법 세상살이 익숙해져
다시 가라하면 못 가지만 지금에서야
그 곳은 우물이 아니라
한강의 원류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어린 날의 그림 같은 기억이
지금 살고 있는 온갖 비정상의 세계에선
결코 그려질 수 없는 아름다운 것임을
이제서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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