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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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50년간의 부부의 정 곱게 나누시다
어머님 먼저 하느님께 보내시고
그리움 그리움으로
눈빛마저 가물거리시는
아버님.
남해 바닷가 향일암 동백나무엔
연초록 새잎이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는데
꽃잎 떨어질 듯
아슬아슬 매달린
때늦은 한송이 동백꽃 바라보시며
눈가엔 이슬인지 눈물인지.
절름거리는 걸음으로
한 걸음 오르시다
바다 한 번 바라보시고,
또 한 걸음 오르시다
바다보다 더 파란 하늘 한번 쳐다보시며
무슨 생각 하실까?
잡아주려는 손 마다하시고
여든 여덟 세월의 수만큼
힘겨웠던 삶의 무게가 얹히는
무거운 발자국 조심스레 내딛으시며
한숨에 뛰어오르던
젊은 시절 그리워하신다.
흐르는 땀방울을
동백 약수 한 모금으로 달랜 뒤
가지런히 신발 벗어놓고
부처님 전 3배 절 올리시더니
알 듯 모르듯 무심코 내뱉으신 말
'내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향불도 잠든 법당 앞을
한줄기 진한 꽃향기가
맴돌다맴돌다
봄바람타고 소리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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