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만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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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두 속을 만들며

동해바다 푸른 바닷빛 닮은
배추잎 소금에 절여
울아부지 허리 저린 시뻘건 태양초
곱게 갈아 담근 싱싱한 김장김치
겨우내 우리 식구 입맛을 돋우더니
입춘 지난 오늘 아침 후각을 두드린다

김치독 남은 김치
모두 꺼내 날 선 칼날로 소옹송 썰어내도
아프다 말 한마디 없더니
두 손에 가득 잡아 꼬옥꼭 짜니
손가락 사이로 주울줄 피눈물이 흐른다.

울아가처럼 보드라운 두부도 으깨 넣고
콧등같은 마늘도 다져 넣고
꼿꼿하던 당면도 설설 끊는 물에 삶아내어
숭덩숭덩 썰어 넣고
고소한 깨소금도 솔솔 뿌려 양념을 한다.

배추잎처럼 싱싱하던 젊음도
고추처럼 붉게 타오르던 청춘도
흐르는 세월 속에 사각사각 익어가더니
시고 물러 버렸구나
남은 목숨 난도질을 당해도
가진 것 모두 내어주고
슬픔도 기쁨도 한 양푼에 담아
골고루 섞어 만든 만두속
울엄니 같다.



2. 만두피를 만들며

울시엄니 약장사 구경가
사오신 중국산 밀가루 중력분 3kg
유효기간 지났어요
"아가, 귀한 음석 버리면 죄 받는다"

밀가루 봉지 열어
플라스틱 양푼에 덜어내어
물어 넣고 조심조심 뒤작뒤작
사노라면
폭풍우 만나 뭉쳐지지 못하고
날아가 버린 밀가루같은 내 시간를 있었으리

손가락마다 달라붙는 내 욕심들
이리 저리 치대면서 내 이기심도 떨어지고
이리 저리 치대여서 거칠거칠하던 덩어리들
말랑말랑 매끈매끈 쫀득쫀득 만두피가 되는구나
치댈수록 부둥켜안아
사랑으로 뭉치게 되는구나
서로서로 끈끈하게 손잡을 수 있구나

- 매일 약장사 구경가셔서 밀가루랑 플라스틱 그릇이랑 당면을 사오시는 울 시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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