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당신을 위하여(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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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성한 잎 다 떨구고
뼈마디 앙상한 당신을 봅니다.
그 사이 사이로
파란 하늘이 담겨져 있습니다.
초록내 한창이던 시절
한 번도 담아보지 못했을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숱한 세월 건너오신 어둠의 징검다리
그 사이 사이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흐르고 있습니다.
스쳐가는 바람에도 수줍었던 시절
채 담궈 보지 못했을
따스한 아침 햇살이.
2.
야윌 대로 야윈 당신의 가슴에선
마른 풀 냄새가 납니다.
내 맘의 단비 흠뻑 내리워도
촉촉히 적셔 줄 수 없는 마른 풀내가.
야윈 가슴 한껏 부풀려 줄
희망 하나 제대로 물어 오지 못해
한스러운 내 가슴 속에선
언제나 빗소리 그치질 않는답니다.
작은 날개 활짝 펴서 품으면
겨우 한 줌뿐인 당신.
언제 이렇게 작아지셨는지요?
사그러지는 날갯짓 허전함 휘휘 내저으며
난 그만 목이 메여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답니다.
3.
조그마한 씨앗에서 움터
여린 가지와 잎을 내었을 당신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해 가며
자신의 속내를 지켜왔을 당신이,
단단해진 몸과 거칠어진 피부 부끄럽다 않고
부지런히 움직여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지워지지 않는 숱한 세월의 바퀴 자국
훈장처럼 담은 얼굴
人生이란 거울에 자랑삼아 비춰 오셨을 당신이,
이젠 키 낮은 가난한 그루터기 되어
지나온 숱한 날들을 동심원 속에 가둔 채
그 세월 바람결에 흩날리고 계십니다.
이미 世上事 하나씩 잃어 가는 당신에게
나 심장의 한복판에 고여 오는 슬픔밖엔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
떨리는 두 손 모아
이렇게 서둘러 담아 본답니다.
당신의 빈 가슴에.
저기 파란 하늘과
따스한 아침 햇살을,
당신이 놓았던 울컥이는 꿈들을,
이렇게 가슴 저미도록
사무치게 차오를 우리의 남은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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