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은 혼인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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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때묻은 작은 약속 하나!
고이 고이 지켜오길 백발까지.
가만히 빼어 눈 앞에 들어 올리니
그리운 세상 깜박 눈을 뜨고
그 작은 창 통해 날 훔쳐 보더라.
수줍은 손가락에 꼭 끼워 주며
변치 말자 기약하던 무심한 사람,
일 년을 못 넘기고
딸 아이 하나 달랑 남긴 채
멀리 저 산 너머 그렇게 가버리더이다.
세월을 벗삼아 험한 길 걸어오길,
자연을 당신 삼아 허전한 가슴 채워오길
이렇게 백발까지.
장성하여 복숭아 빛 곱게 물든 아이,
그 아이마저
제 길 떠나 보낸 지 한참이고 보니
이년 머리 위엔 된서리 가시질 않고
시려오는 뼈마디 마디마다엔
구비 구비 진양조 거미줄을 치니
유난히 차가운 달뜨는 날엔
당신의 뒷모습
한없이 되살아 나
날 보고 한 번쯤 돌아봐 줄 것도 같은데......
작은 창 너머 훔쳐보던 눈동자에선
어느 새 눈물 한 줄기 타고 내려와
깊은 주름 골짝에 살짝 비를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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