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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퇴근길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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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서울역

2001.3.2. 저녁 :30 서울역에서 129번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비치는 저녁해.
하루를 어찌 살았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팔꿈치를 부딪고 지나가는 숱한 그리움들이 바쁘다.

한때 감히 자유를 노래하마 부르짖던 가엾은 눈망울들은
하나 둘씩 세월의 그림자로 스러지고
우리는 기어코 무슨 일을 저지르고야 말
눌리고 눌리운 앙다문 입으로
묵묵히 봄 가뭄처럼 타는 목구멍으로 버스에 의지하여
휘발유 단내에 취한다.

나는 버스를 탄다.
혹은 나는 전철을 탄다.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가만히 있어도 그냥 그렇게 뿌리 박을 의자를 일어나서
보금자리라 명명한 내 편안함과 자유의 상징을 찾아 자꾸만 떠난다.

슬프다.
뚝뚝 떨어지는 햇살의 처진 살덩이에
나는 철없이 마냥 슬프다.
늘어진 어깨만으로도 벅찬 나의 모가지에
노을로 퍼지는 저녁해의 붉어진 볼은
또한 감당하기 힘든 사연의 노랫말.

앵무새가 되어,
또는 뱅뱅이 도는 조랑말이 되어
회오리치는 지난 밤처럼 내 기운 차린 두 눈으로
아마도 오늘밤에도 역시나
눈따위가 날리는 불상사를 신기해 하기나 할 것이다.

하루가 다 가도록 우리는 기껏
보물찾기마냥 숨바꼭질에 정신이고 뭐고 죄다 빠뜨려
내일을 위한 피로회복제 한 그릇에 목을 맬 것이다.

서울역에 비치는 저녁 노을.
그래도 오늘은 제법 날이 좋아
하늘이 잿빛은 아니다.
덕택에 발갛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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