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X ( 부제 - 시인 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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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 밤 10:35 화곡동 가는 버스

사랑을 남들보다 하루만 더 하면,
꽃향기를 남들보다 오래 맡으면
우리는 시인이 될 것입니다.

처마에 매어 달리는 고드름으로
겨우내 케케묵은 사연을 써내려갈 수 있다면,
겉녹는 길바닥 참흙에서 오르는 아지랭이로
눈에 부연 얼굴을 그려낼 수 있다면
분명 우리는 시인이 될 것입니다.

봄이라고 들떠 촐랑대는 나비마냥
숨김 없이 계절을 드러내는 색채로 밝으면,
그 진한 색으로도 모잘라
온통 물감 투성이 꽃들에게 날아가는 철없는 욕심덩이라면
우리는 시인이 될만 할 것입니다.

한번 본 님의 모습만으로도
오만 가지 표정을 그려낼 수 있다면,
평생을 단 한번만 보기를 소원하던 그 오만한 겉멋에 겨워
단지 한번 본 모습만으로도 밤새 몇 번이고
화선지에, 원고지에 그리고 그려
춤추는 소매끝 하늘에 날리는 열정의 그리움 담는다면
우리는 시인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봄을 낳는 긴한 밤에 백색 불덩이 되어,
마침내 꽃 한송이 꺾어들고,
사랑하는 이 걸어올 길가에 서서
포도송이 마냥 검은 눈동자로 웃음 짓는다면
시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가을못지 않게 봄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시인이 됩니다.
가을에 그리워한 그 사랑을
봄에사 용기를 내어 고백한다면
우리는 그 한편으로 시인이 될 것입니다.

사랑은 아마도 시처럼 다가오는 모양..
가벼운 내 촐랑거림에도
밉지 않은 핑계거리가 생기는 것은
시의 소재가 되기에 부족함 없는
사랑이 찾아오기 때문인가 봅니다.

조금 어색하지만
기꺼이 시인이 되렵니다.
글꾼이 아닌 시인이 되렵니다.
먼저 사랑부터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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