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고 독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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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끊겨서 촛불을 켜고 밥을 먹는다고
금방 꿀꺽 꿀꺽 숨이 넘어가는 공중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끝말을 맺을 동전도 없는
지 전화는 중간에 끊겼다.
갔다. 늦 십일월의 바람에 나부끼는
플랭카드의 헤어터진 몸부림을 머리위로
흘려보내며, 아주 유유히, 금방 흘러터진
동맥의 피만큼이나 절규하며 어디론가
사라져간 119 앰브란스를 멀찍히 보며...
나도 돈은 없었다. 며칠전에 발급된 카드가
뭉텅 뱉어놓은 삼십만원.....
누군가 버리기 불쌍해서 줏어준 잡종개가
어느새 고기 근대가 만만챦게 늘어서 어린날의
은인에게로 달려들었다.
십사평 짜리 아파트는 한 호부레비와 두아이의
집이라기보다는 꼭 그 녀석의 집처럼 보였다.
먼저 보이는 작은 방은 이미 녀석의 오래된 똥
이 몇천년의 화석처럼 쌓여있었다. 그사이 사이로 이집트 피라밋의 사진과 자유의 여신상 사진
이 포스트 모더니즘의 갤러리처럼 기묘하게 흩어
져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의 약간 커다란 방에는 그가 있
었다. 아니 어쩜 그보다는 그가 경비 아저씨에게
얻었을 싸구려 담배 연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몸팔은 돈이라도 보태주려고 왔어?"
그가 앉은 컴퓨터 의자의 발치에 욕망을 채워준
늙은 잡부처럼 구겨져 누운 막걸리병속의 물질이 목구멍에다 넘어가지도 않은듯한 쉰 목소리...
마치 폐쇄된 이단의 신전에서 피어오르는 향 연기속에 선듯, 현깃증이 났다.
이게 마지막이야.
이건 전기세, 이건 전화세, 이건 아이들....
얼마후 신은 무릎을 꿇었다.
용서해줘. 한번만 기회를 줘. 살려줘....
.....
모질고 독한년
그의 욕슬인지, 이미 그들과 가족이 되버린 개의
짖음인지, 아니면 세상 전체의 수군거림인지,
하얀 천사들의 머리위를 맴도는 하얀 동그라미
처럼 그 반대의 어떤 동그라미같은 무엇이 머리
위로 멀찍이 따라왔다.
모질고 독한년에게는 소주가 좋다.
독한데는 독한것이 약이다.
오천원에 먹을수있는 안주는 기본 김치,
친구는 필요없다. 그들에게 무엇을 말하면 독기가 희석되버린다.
머리위로 맴도는 암회색 동그라미는 그날 끝까지 내가사는 후미진 자취방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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