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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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산아파트 102동 1909호 그는 102동 190호. 난 그들을 몰라. 아하! 얼핏 청작업복에 무슨건설회사라고 본 기억이 나긴 해. 수개월간 저녁식탁의 그리움에 허기진 혈기 팔팔한 건설 노동자라는 것 뿐. 반상회만큼이나 관심 없어. 두터운 콘크리트벽 사이로 난 익명의 女子 그는 익명의 男子일뿐. 人 ~ 間 우우 비웃어 주는 단지 女子와 男子일뿐. 늦은 밤 엘리베이터 앞에서 생둥 마주치면 19층 향해 우웅 飛行하는 동안 나는 은밀한 非行을 하고 말아. 수십년간 동거동락한 친근한 非行소년들과 함께. 퇴근시간 5분전 통보받은 회식 술자리처럼 원치는 않았어. 등교길 버스안에서 갓 피어난 봉긋한 젓가슴을 훔쳐 내뺀 남학생과는 이젠 낯설고자 해. 컴컴한 영화관 무릎위로 스멀스멀 기어드는 이구아나돈의 오른발. 운동장에서 아랫도리 벗겨진 여동생의 시퍼런 울음소리. 아마 여섯 살 박이였을걸. 만성 멀미인가봐. 아아! 고약한 기억들로 푸석이는 나의 목덜미는 푸르스름한 20와트 형광등 불빛 아래 아직 어여쁘길 원하는 걸까? 혼미한 멀미 속에서 또박또박 17. 1. 19. 더 디 더 디 히- 죽 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의연히 나와 삼중잠금장치 (손잡이 돌려 다시 확인하고야 마는女子 ) 콘크리트 벽 안으로 숨차게 숨어드는 나는 익명의 女子. 그는 익명의 男子.
베란다 유리창이 참 맑다
땅거미 지고 저녁 그림자 사위어 가는데
묽어 지쳐 시름하는 낮.달. 낮.달. 낮.달. 딸
난 어여쁜 딸이었어.
슬라브집에서 후끈히 갓 담은 붉고 푸른 김치
건너방 자취하는 남학생 저녁 소반위에
가닥가닥 찢어 올려주던
갈래머리 여학생 살뜰한 딸이었어
어느새 TV에서는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얼싸 안는데 그만 눈물이 핑그르르 돌고 말았어
다른 이윤 없어
단지 그에게 미안해서일 뿐이야. 환장하게
오! 소슬바람 맑은 입김 흠모하는
수줍은 낮달 낮달 낮달
저 달 좀 보아
차암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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