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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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연이 기차여행을 떠납니다.
어젯 밤 빗소리는 깊어지기 위한 아픔처럼
온 신경을 다 들쑤셔 놓고
기어코 유년시절의 굳게 닫힌 덧문까지
아프게 아프게 두드리더니
새벽에 이르러 핑계인양
하염없이 감미롭기만 하였습니다
애타게 벼르던 소풍전야인지라
뒤척이다 잠을 설쳐 분주해진 새벽엔
기분좋은 피곤함이 졸립게 밀려와
어서 가라 등을 떠밉니다
기차에 오른 익명의 자유는
한평 남짓 투명한 유리에
끝없는 수묵화를 그립니다
어슴프레 열리는 아침을 그리니
논가장자리 흠씬 비맞은 볏단들은
느낌표처럼 뚝! 뚝! 경쾌한 붓질로
밥 짓는 하얀 연기 히끗히끗 곧게 그리다
하늘 닿은 곳에선 엷게 뭉개는
부드러운 붓질로
그러다
철컹이는 기차의 흔들림에 기대어
설친 잠을 청해봅니다
호사스러운 혼자만의 깊어짐이
정령 꿈은 아닌 듯 두 눈 꼬옥 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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