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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편의 시
마늘을 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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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까며

마늘을 까다 만 손톱 밑 연분홍 속살이
순간 아프다
종이에 속절없이 베인 듯....
바스스 후 날릴 듯 마늘거풀의 가벼움이
흙먼지처럼 퍼얼 날린다.
어느 마당 너른 집으로

다순 봄날 토방에 앉아
여섯 살 박이 계집아이와
노을빛 얼굴이 정겨운 할머니가
또 마늘을 까고 있었을거야. 아마

할머니는 마늘을 벗기시면서
질팡한 세월의 주름을
가늘고 길다란 실오라기처럼
목구멍으로 삼키며 삼키며
한올한올 뽑아 올리셨던거야
시조가락처럼

에나멜 껍질처럼 단단해진
할머니의 손톱 밑 속살도
이렇게 아리웠을까?

그 이후로 난 얼마간 마늘을 깠었고
오늘도 볕 좋은 베란다에 앉아
또 마늘을 깐다..
여섯 살 박이 딸아이와 무릎을 마주하고

어느새 치마폭엔 젖빛 속살을 다 드러낸
마알간 마늘이 수줍게 쌓여가고
그 중 올망스런 마늘 하나를
어금니로 꽉 깨물어 본다
짓이겨진 양념이 되어서도
이렇게 매운 맛일까

먼훗날
딸아이가 딸아이의 딸아이와 함께
무릎을 마주하고 또 마늘을 까겠지

아이야! 상처주지 마라. 그럼 아프잖니?
엄마! 내가? 마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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