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시

인생은 한편의 시
교 무 회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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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 내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겐 들키고 싶지 않다.
오늘도 바퀴벌레처럼 몸을 움츠리며
나는 작아지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불쑥 신한국 창조를 외쳐 대더니
오늘은 공납금 납부 실적을
침을 튀기며 독려하는 교감 선생님과
모의고사 성적 부진은
전적으로 무능한 여러 선생님들 탓이라고
눈을 부라리며 나무라는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가
고주파로 변조되어
윙윙거리며
작아지려는 나의 노력을 지원한다.
작아지는 것의 편안함이여.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T.V광고가
'입 닥치는 것이 좋을 것이여'라고
언제부턴가 이중창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소화불량으로 삐져나오는 도둑 방귀처럼
나의 입밖으로 욕설이 찌그러지며 나온다.
순간 흠칫
그 말이
절대로, 절대로
지존하신 높은 분들에게 향한 것이 아니 오라
모의 고사 성적을 못 올린
이 무능한 놈이 너무 미워 한 말이라고
큰 소리로 변명할 뻔하였다.
아.
승냥이 우는 월하의 공동묘지처럼
침묵이 흐르는 교무회의.
나의 이 작아진 모습을
절대로 들켜선 안된다.
아직도 나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만은
큰 바위의 얼굴을 닮은
선생님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잿빛거리에 민들레 피다'김승국. 춘강.1999.5
"학교에서 스승으로서의 그는 딱 이러하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위할 줄 알고, 학생이 어려움에 쳐해 있다면 자신의 호주머니를 모두 털어서라도 그들을 돕곤 한다. 허막하고 쌀벌하다는 이 세상.. 하지만 이런 분이 남아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 한가보다..."
제자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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